신경제추진위원회가 청와대에서 김영삼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려 올해
남아 있는 4분기추진계획에 대한 토의가 있었다. 대통령이 참석하는
경제장관회의는 금융실명제발표가 있기 전날 열리고 거의 두달만에 열리는
셈이다.

이 회의에 관심이 더 가는것은 두달사이 경제운용여건이 크게 달라졌으니
색다른 정책이라도 나와주려나 해서였다.

금융실명제는 지난 두달사이 경제운용환경을 분명히 크게 바꾸어 놓고
있다. 돈의 흐름도 정상이 아니고 기업의 행태도 변화하고 있다.
그런만큼 틀을 새로 짜야 한다는 요청이 일고 있다.

신경제 6개월의 성적표도 실망적이다. 성장률은 당초 예상치보다 1.5%
포인트가 낮은 4.5%로 하향 조정되고 물가도 억제선보다 0.4%포인트
높은 5.4%가 될것이라고 정부가 밝히고 있다. 13년만의 최저성장율이다.
셩장은 더디가고 물가는 빨리 올라간다.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조짐
이 보인다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번 회의는 이런 경제실상에 대한 심각성이 부각되지 않고 핵심을
피해간것 같은 인상을 남기고 있다. 너무 안이하게 보고 있는것 같다.

첫째는 최근의 우리경제부진이 우리만의 일이 아니며 미국 일본같은
선진국도 같은 현상을 겪고 있다고 비교하고 있다. 우리가 경쟁하는
국가는 이런 선진국들이 아니라 싱가포르 홍콩 대만등 아시아의
새끼용들이다. 그들의 경제는 우리보다 바람직하게 돌아가고 있는데 이들
국가들과의 비교를 피해 문제의 핵심을 흐려놓고 있다.

둘째 기업의 투자활성화대책으로 내놓은것도 사회간접자본(SOC)사업을
조기집행하겠다는것등이 고작이다. 정부가 경기활성화를 주도해나가겠다는
발상이 아직도 건재한것도 내수로 경기진작을 꾀하려는것도 잘못된 일이다.
경제활성화주체는 민간기업이다. 그들이 활성화를 끌어가도록 여건조성을
해주어야 한다. 그런 노력이 뚜렷하지가 않다.

셋째 작금의 경제부진이 실명제실시와 농산물냉해로 인한 단기적인것으로
보는것도 문제다. 기업의욕이 떨어져 제조업의 설비투자가 부진하고 기술
개발이 되지않고 있다는 것을 너무 간과하고 있다.

올해 4분기는 다른해의 그것보다 더 중요한 시기다. 금융실명제의
뒷마무리를 해야 하고 땅에 떨어진 기업의욕을 다시 살려내 새해에 그
바톤을 넘겨주어야 한다. 그 의욕을 살리지 못하면 새해에도 큰 희망이
없다. 경제실상을 더 솔직하고 정확하게 파악해 시대의 흐름에 맞는
적절한 대책들을 세워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