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논쟁"에서 표면화한 러시아보혁 세력간의 권력암투는 마침내
대중시위에 의한 유혈소요사태로 발전하고 말았다.

극한적인 이 유혈충돌이 조기에 수습되지 않는다면 러시아전역은
보스니아처럼 내란화로 치달을 것이며 그럴경우 사태는 동구는 물론
신질서의 세계에 큰 파장을 야기 할 것이다.

러시아의 현사태는 설사 유혈소요가 없었다해도 본질적으로 동란적인
혁명의 과도기라 할수 있다.

러시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권력투쟁의 양상은 복합적이다. 권력투쟁은
행정부권력과 입법부간에서 뿐만 아니라 새로운제도와 낡은 소비에트제도간
의 싸움이다.

이러한 대결구도는 70여년에 걸친 공산당지배의 해체와 시장경제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과도현상으로 볼수도 있다.

그러나 권력투쟁과 정치혼란이 가속화되어온 배경과 원인은 권력의
유지.확대를 위해 안정보다는 위기가 필요했던 옐친정권의 도박적인 성격도
깔려있다.

위기를 끊임없이 조장하고 연출해야 했던 옐친대통령은 개혁을 뒷전으로
미루고 공소한 헌법투쟁으로 일관해 왔다. 그 결과 경제는 정체되고
개혁은 과실보다 후유증이 크게됐다.

결국 이러한 정치도박이 "3월의 정국위기"에서 "가을의 대진"으로
이어졌다.

상황은 유동적이다. 혼미에 빠진 러시아정국과 옐친정권의 귀추는 군과
정보기관의 향배에 달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제여론은 이들
권력중추기관의 움직임에 어느정도 영향을 줄것이다.

서방세계에서 형성될 여론의 기준은 구공산세력에 대한 견제이냐,아니면
민주주의원칙의 지지냐 하는 시각의 택일에서 나올수 있지만 개혁의
지속이란 큰 흐름도 무시할수 없을 것이다.

고르바초프이래 지난 수년간 지속되어온 개혁은 현재 그 성과의
불투명에도 불구하고 개혁의 태엽을 뒤로 되돌릴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의미에서 옐친대통령이 설사 군부의 지지를 얻어 반대파를 제압하고
권력유지에 성공한다해도 그의 역사적 사명은 사태수습으로 끝나는 것이
될것이다.

사실 권력의 합법성이란 기준에서보면 90년3월에 선출된 의회나 91년6월에
선출된 옐친은 모두 구소비에트시대의 권력이다. 그런의미에서 대통령과
의회의 동시선거는 난마처럼 얽힌 이번 사태에서 합리적인 해법이 될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