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 차가 이렇게도 많은지."
한가위 연휴기간 동안 오나가나 막히는 도로 때문에 불편을 겪어야 했
던 많은 사람들이 한번쯤은 내뱉어봤음직한 푸념이다.
교통전쟁은 이제 명절 때뿐 아니라 평소에도 거의 일상사처럼 돼버렸다.
93년 8월말 현재 우리나라 자동차 등록대수는 모두 5백89만대. 이 가운
데 자가용 승용차가 67.3%인 3백96만대로 단연 교통체증의 주범이 되고
있다.
정부가 지난달 28일 1가구에서 2대 이상 자가용을 구입할 경우 취득세
와 등록세를 현재의 두배로 물리도록 하는 지방세법 개정안을 확정해 이
번 정기국회에 상정하기로 한 것도 자가용 증가를 조금이라도 억제해보려
는 `고육지책''이다.
그러나 정작 모범을 보여야 할 고위 공직자 가운데는 이런 정부 시책에
역행하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지난달 7일 재산을 공개한 행정.사법부 고위 공직자 중 자녀 소유 차
량을 제외하고서도 본인과 배우자가 따로 차를 가진 사람은 모두 90여명
에 이른다. 정부에서 내주는 관용차나, 아직 분가하지 않은 대학생 자녀
소유 자가용까지 합하면 한집에 차가 3~4대씩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는 계
산이다.
자가용 2대 소유 억제책을 내놓은 내무부에서도 임경호 차관보 등 3명
이 부부가 따로 차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와대에서는 박재윤 경제수석 비서관 등 8명이 차를 2대 이상 소유하
고 있고, 장관 가운데는 김두희 법무, 김덕룡 정무 제1, 권영자 정무 제2
장관 등이 `1가구 2차량'' 소유자들이다.
다행히 교통정책 주무부서인 교통부나 철도청 등에는 해당자가 없다.
국회의원의 경우는 정도가 더욱 심하다. 교통정책을 다루는 교체위만
해도 백남치(민자), 정상용 (민주) 의원 등 전체 21명 가운데 9명이 2대
이상의 차량을 소유하고 있다. 특히 김운환 의원(민자)은 승용차가 3대에
봉고 승합차 등을 포함해 자가용이 모두 5대에 이르고 있으며, 전 국민당
대변인 변정일 의원도 그랜저 등 승용차 3대를 소유하고 있다.
내무위에서는 서정화 위원장(민자) 등 전체 26명 중 8명이 2대 이상의
차량을 소유하고 있다.
물론 이들 공직자들은 가족 각자의 활동을 위해 차가 2대 이상씩 꼭 필
요하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승용차를 2대 이상 보유한 가구
가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3% 정도인 점에 비추어 볼 때 고위 공직자들이
`차량 과소유''에 앞장서고 있다는 비난을 면하기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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