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영화에서 눈물이 사라져가고 있다. "참을수 없는 삶의 가벼움"으로
일관하는 코미디류가 범람해 감동의 문제는 뒷전으로 밀려난지 오래다.

"비오는 날 수채화2-느티나무의 언덕"은 오랫만에 나온 멜러물이다. 의붓
남매의 이루어질수 없는 사랑을 소재로 한 비극이다.

지수(김명수)가 출옥해 집으로 돌아온다. 전편에서는 사랑을 하면서도 어
찌할줄 모르던 지수와 지혜(옥소리) 두남매가 이번에는 본격적으로 사랑을
나눈다. 더욱 거세진 아버지 최장로(김석훈)의 반대도 두려워 않는다.

어느 비내리던 밤 지수와 지혜는 둘만의 결혼식을 갖고 목장 건초창고에서
첫날밤을 보낸다. 이에 충격을 받고 쓰러진 최장로는 지수도 자신의 친자식
이라는 유언을 남기고 죽고만다. 천륜은 이들은 헤어지게 한다. 지혜는 지
수의 아이를 가진채 방황의 길을 떠나고 지수는 느티나무의 언덕에 홀로 남
는다.

"비오는 날 수채화2"는 그러나 감정의 과잉이 두드러진 영화다. 하이틴물
과 성인물의 중간에 서서 어중간한 문법으로 일관하고 있다. 성인물이라고
하기엔 낯간지러운 대사나 단순한 스토리전개가 리얼리티를 떨어뜨린다.

주연과 조연의 현격한 연기차이도 흠이다. 특히 동시녹음에 익숙치 않은
조연들의 미흡한 대사처리가 거슬린다. 죽음을 불사하는 사랑의 화신으로
그려진 지수도 "폭풍의 언덕"의 히드클리프와 너무나 닮아있다. 남매가 사
랑하면 생긴다는 독초를 나누어먹고 세상을 하직하는 지수,지혜의 모습은
실제로는 친남매가 아니었다는 반전과 맞물리면서 "로미오와 줄리엣"의 모
티브를 쉽게 연상시킨다. 순수한 사랑의 비극적 종말을 인습과 사회규범의
책임으로 돌리려한 주제는 이러한 이유들로 파묻히고 말았다.

그러나 대관령삼양목장과 광릉수목원 등지에서 담아낸 광막한 들녘과 산야
가 아름답다.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를 형성해가고 있는 곽재용감독의 영상
미학이 돋보인다. 대사를 완전히 소화해 일상어의 틀속에 담아낸 옥소리의
연기도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