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다움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섬세함이다. 칸영화사상 최초의 여성황
금종려상수상자가 된 제인 캠피온감독은 갸날프고 가는 감성의 실마리를 좇
아 "피아노"를 연출했다.

삶의 우연성과 성충동의 함수관계를 촘촘한 그물처럼 엮어냈다. "피아노"
에 그려진 성충동은 아름답다. 마음 속 깊은 저편에 숨어있던 열정으로 승
화된다. 언어와 윤리등 인간적 질서가 아직 세워지지 않은 19세기 뉴질랜드
의 원시림은 그 열정의 폭발을 재촉하는 무대이다.

20대의 미혼모 아다(홀리 헌터)는 여섯살 때부터 침묵으로 살아왔다. 들을
수는 있어도 말은 하지 못한다. 그녀가 세상과 대화할수 있는 통로는 피아
노와 딸 플로라 뿐이다. 스코틀랜드에 살던 아다는 사생아딸이 있다는 이유
때문에 고향을 떠나 미개척지 뉴질랜드로 시집 온다.

남편 스튜어트가 바닷가에 내버려둔 피아노를 가져오기위해 아다는 남편의
친구 베인스(하비 키텔)의 도움을 받는다. 원주민처럼 얼굴에 문신을 하고
글조차 읽을 줄 모르는 베인스는 바닷가에서 열정적으로 피아노를 연주하는
아다의 모습에 반한다. 그는 스튜어트와 협상하여 피아노를 사버린다.

베인스는 아다가 피아노를 치는 동안 자신이 무슨 짓이라도 할수 있도록
허락한다면 피아노를 돌려주겠다고 약속한다. 이 계약은 이들을 점점 더 복
잡한 감정과 성적욕망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고간다. 아다와 베인스가 나누
던 대화는 이제 피아노를 통한 것이 아니라 서로의 육체를 통한 사랑이 된
다. 그러나 이 사실을 알게딘 스튜어트는 질투와 분노에 휩싸여 아다의 손
가락을 자르고 만다.

뉴질랜드의 산하와 바다를 고공촬영으로 화면 가득히 담은 원경과 숨소리
까지 느껴지는 클로즈업등 카메라워크가 일품이다. 피아노곡 "아다의 테마"
는 아다의 감정과 전체영화의 흐름을 그대로 담아 대사의 공백을 메운다.
암갈색 진흙빛깔로 전체색조를 통일한 것도 무의식의 중층적의미를 살리는
데 일조하고 있다.

철학적 의미를 함축한 중첩된 상징이 많아 쉽게 보기는 어려운 영화다.
칸그랑프리작이 대부분 흥행에는 실패했던 이유를 이 영화도 갖고 있다.
그러나 "알수 없는 충동"을 다루고 있는 만큼 편안히 스토리를 좇아 보아
도 무리가 없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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