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격적인 금융실명제 실시는 충격이었다. 더욱 큰 충격은 과거를 문제삼는
규제의 강도였다. 실시 초기부터 국민들에게 많은 겁을 주었다. 국세청에
통보하고 자금출처 조사하고 세금물리고 해서는 실명제는 성공할 수 없다.
이번 후속조치의 대부문은 과거를 묻는 강도를 완화시키고 지하자금을
장기저리 채권으로 흡수하여 산업자금으로 유도한다는 면에서 의의가 있다.

이번 후속조치의 핵심은 장기처리채권의 발행이라고 할수 있다. 가.차명
예금을 실명전환한 후에 증여세를 부담한 것과 같은 수준의 장기저리채권을
발행한다는 것인데 그 기본 발상은 좋다. 그러나 발행조건은 문제의 핵심을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이자소득세의 3배를 물면서도 가명예금을 한 사람들은 검은 돈이든 하얀돈
이든 자기 이름의 노출을 꺼리기 때문이다. 자기이름을 밝히면서,그것도 3%
나 1%의 저금리로 10년짜리 채권을 사려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의심스럽다.

연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6%로 보면 3%금리의 1종 채권은 연간
마이너스 3%,2종채권은 연간 마이너스 5%의 손해를 보게된다. 10년이면
각각 30%와 50%정도의 원본이 깎여 나가는 셈이다.

차라리 지금 상속.증여세내고 자수하여 광명찾는 것이 좋지,손해보는
장사할 사람이 많을 것같지 않다. 이와같이 효용성에 의문이 가는
대응조치는 안하는 것보다 못하다.

죽어도 자기이름을 밝히기 싫은 사람에게 죽어도 이름을 밝혀야 한다는
식으로 끌고가서는 안된다. 발표된 다른 발행조건은 똑같이 하면서 이
채권에 한하여 무기명으로 허용해주는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 다만
10년후 만기시에 실명으로 찾도록 하는 것이다.

비록 검은돈이라도 국민경제에 기여하는 소중한 재원으로 활용하는 것
자체가 큰 의의가 있는 일이다. 그리고 장기저리이기 때문에 인플레가 원본
을 까먹어서 상속.증여세의 역할을 하게 된다.

조성자금의 활용도 주로 중소기업지원에 집중해야 한다. 중소 영세기업의
자금난해소와 기술개발투자를 위해 사용함으로써 사채시장의 대행역할을
담당하도록 활용해야 할 것이다. 돈은 그 자체의 물길을 따라 흘러가도록
해야한다.

정책은 일관성과 통합성을 가져야 하는데 현재의 경제팀은 확고한 소신과
비전을 제시하는데 부족한 점이 많다. 실명제의 불안을 씻고 미래를
설계할수 있는 투명한 정책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