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민자당은 24일 오전 여의도 민자당사에서 제3차 고위당정정책조정
회의를 갖고 국정의 주요 현안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를 벌이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날 회의에서는 당이 금융실명제의 보완대책으로 끈질기게 요구했으나
행정부측에 의해 묵살되었던 장기저리채권의 발행허용을 결정했고 그동안
서로 이견을 보여온 각종 현안들에 대해서도 상대방측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재고를 하겠다고 하는등 그야말로 "정책협의"의 가능성을 엿볼수 있게
했다.

이날 당측에서는 김종필 대표와 당3역 서상목 강삼재 정조실장 노인환
국회재무위원장등이,정부측에선 황인성 총리와 이경식 부총리 홍재형 재무
김철수 상공자원 이인제 노동 오인환 공보처 장관과 청와대의 주돈식 정무
박재윤 경제수석등이 참석했다.

김덕룡 정무장관의 사회로 당과 정부측의 보고에 이어 토론으로 진행된
이날 회의의 발언요지는 다음과 같다.

<>김종호 정책위의장=정부측은 이번정기국회에서 1백82건의 법률안 처리를
희망하고 있는데 의원입법까지 합치면 2백20여건에 이른다. 11월 한달간의
심의기간으로 볼때 전부 다 처리하기는 물리적으로 어렵다. 1백50여건이
적당한데 긴밀한 당정회의를 거쳐 조정하겠다.

실명제보완책 마련을 위해 밤새워 당정간 협의했다. 당이 주장한
"장기저리 기명채권"발행을 받아줘 감사하다. 실명제 성공을 위한 우리당의
기본방향은 사회개혁적 측면을 점차 탈색시키는 것이 좋겠다는 것과 은행을
보다 더 믿도록 해야한다는 것이다.

화폐개혁설에 대해 정부측이 이자리에서 명백히 확인해 달라.

경제이론상으로는 어떨지 몰라도 시중의 애기는 "장사가 안된다"는 것
이다. 백화점에서 3백만원 이상 물품을 구입하면 국세청에 통보한다는 것은
웃기는 얘기인데 시정해야 한다.

냉해 피해농가에 대한 각별한 대책이 있어야한다.

한.약분규와 관련해 한의과 대학생들이 집단 유급됨에따라 94년도 한의대
입학을 목표로 공부해온 수험생들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수도권 과밀부담금은 건설부가 절반을 토지특별회계에 넣어 건설부가
사용하겠다는 발상인데 서울시의회내에서도 반대의견이 많은만큼 중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서상목 실장=실명제보완책 마련에 당의견이 반영돼 감사한다. 충실한
집행을 위한 국세청장의 노력을 기대한다.

세수적자가 있다고해서 장사가 안되는 분위기인데도 세금을 마구 독촉하는
것은 삼가야한다.

실명제보완이후 경제운영기조를 변경하는등 서둘러서는 안된다. 어려운
때일수록 장기적인 안목에서 노사분규나 임금인상요인 억제,시장기능활성화
등의 근본대책이 필요하다. 시장기능 활성화를 위해서는 금융기관의 자생력
강화 조치와 공기업의 과감한 민영화등이 필요하다.

<>김영구 총무=지난번 기업규제 완화법 처리와 관련한 정부 부처간 집단
이기주의는 이번에는 삼가야 한다. 법률안을 제때에 제출해달라.

<>김종필 대표=우리당의 기구축소와 인원 감축으로 당을 떠난 사무처 요원
들의 전출문제에 총리가 좀 더 신경을 써주었으면 좋겠다.

<>황명수 총장=경제전문가는 아니지만 민원접수 현황을 보면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이 원활치 못하다는 것이다. 희망이 있고 사업성도 있지만
담보가 없어서 금융조달을 못하는 기업이 많다고 한다. 유념해 달라.

<>황인성 총리=지역당정협의나 장관의 국회답변시 당정간 긴밀한 협조속에
잘 처리해 나가겠다. 법안도 기일내 제출토록 하겠다.

약사법 개정문제는 정부의 확고한 방침아래 정공법으로 대처하겠다. 약국
의 임의 휴.폐업에 제동을 걸 생각이다. 한의대 지망생 문제는 교육부로
하여금 검토케 하겠다.

당측에서 반대하는 체신금융 문제는 재고토록하겠다. 다만 차고지증명제는
다른 나라에서도 시행되고 있는 제도이고 야간에는 주거지가 전부 주차장화
할 우려가 있는만큼 당측에서 재고해 주었으면 한다.

<>이경식 부총리=화폐개혁설은 전혀 근거없는 루머다. 수도권과밀부담금제
는 인구집중을 막을수 있다고 생각돼 검토해 왔는데 당측의 재고요청이
있으니 정부내에서 다시 논의해 보겠다. 어려울수록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말을 명심하겠다. 부처 이기주의는 적절한 지적인데
앞으로 유의하겠다.

<>추경석 국세청장=실명제의 후속조치가 성과를 거두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세수확보를 위해 음성 불로소득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대처하되
일선의 자의적이고 불필요한 행정강화는 없도록 하겠다.

백화점에서 3백만원 이상 구입시 국세청통보를 검토한 것은 추석물가를
단속하자는 취지였는데 무리가 있다고 판단,이를 취소했다.

<박정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