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위대한 시인 요한 실러는 학창시절을 가난한 학생들을 위한
학교기숙사에서 지내야만 했다. 학생들은 누구나 모자라는 식사량 때문에
매일같이 공복과 싸워야만 했다.

이무렵 한 친구가 셰익스피어선집 독일어 번역판을 갖고 있었다. 실러는
이 책들을 읽고 싶은 욕구를 견뎌낼 수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부족하기
짝이 없는 그의 식사량중에서 3분의1을 친구에게 나누어 주기로 하고 그는
이 책들을 빌려보게 되었다.

허기진 배를 졸라매고 실러는 셰익스피어선집을 여러차례 독파했다.

공복을 움켜쥐고 배고픔과 싸운 실러는 뒷날 세계문학사에 이름을 남긴
대시인이 되었고 배를 불린 대신 책을 빌려준 그 친구의 이름은 누구도
기억해 낼수없는 무명인으로 남고 말았다.

도시 농촌 할것없이 노래방 열풍은 날로 과열되고 있는데도 우리의
독서열은 여전히 냉랭한 모양이다. 흥국생명이 가을을 맞아서울시내의주부
565명을 대상으로 주부독서실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평균 하루 여가
시간이 3시간30분인데도 월평균 독서량은 0.8권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지난 3개월동안 책이라곤 한권도 읽지않은 사람이 무려 18.1%나
있었다고한다. 서울시가 지난8월 서울시내의 성인남녀 700여명을 상대로한
여가생활에 관한 조사에서도 도시인의 독서성향은 이와 비슷한 결과였다.
(월평균 독서량 0.7권)

정부가 모처럼 금년을 "책의해"로 정하고 갖가지 독서장려운동을 펴왔지만
한달에 책1권도 읽지 않았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독서의 이점을 아무리 강조한댔자 책을 손에 대지 않는 사람들에겐
우이독경일수 밖에 없다. 우선 책읽는 습관부터 일구어내는 운동이 선행
되어야 할것같다.

도서관협회와 출판문화협회가 내일(24일)부터 1주일간의 "독서주간"을
맞아 독서하는 사회분위기 조성을 위해 각종 행사를 펼칠예정이다.

매년 가을철마다 찾아드는 단골손님과 같은 일과성 행사위주의 "독서주간"
보다도 일생을 독서와 벗해서 살아갈수 있는 "독서습관"운동의 원년이
되었으면 한다. 책을 읽지 않으면 단 하루도 살아갈 재미가 없고 독서를
위해서는 다소의 배고픔도 견뎌낼수 있는 습성이 정착되면 "독서주간"의
연중행사는 저절로 퇴색되고 말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