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실명제 보완대책이 여러 경로를 통해 흘러 나오고 있다.

대체로 "과거를 지나치게 묻지 않도록 한다"는 내용들이다.
자금출처조사를 완화한다든지 무기명 장기채권을 만들어 검은 돈의 퇴로를
열어준다는게 골자다. 당정회의를 열어 보완책을 확정한다는 얘기도 있고
대통령의 국정연설이나 재무부장관과 국세청장의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공식 발표키로 했다는 "방침"도 나와 있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대책과 발표절차는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정부와
여당,청와대등이 무언가 보완책을 준비하고 있는 것은 사실로 밝혀지고
있다. 금융실명제가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실명제실시 이후 확산돼 있는
불안심리를 완전히 불식시키고 실물경제의 순환을 촉진시켜야 한다는
지적을 수용한 것으로 볼수 있다. 특히 자금출처조사를 우려한 인출기피로
추석을 전후해 자금사정이 악화되거나 실명전환 의무기간이 끝나는
10월12일 직후에 예금인출이 몰릴 경우 실명제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우려에 정부내부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도 하다.

거론되고 있는 방안은 우선 실명예금을 3천만원이상 순인출하더라도
자금출처를 조사하지 않고 금융실명제로 기업들의 과표가 노출되더라도
이를 근거로과거를 추적하지 않도록 한다는 것. 또 무기명 산업채권 발행
배우자명의 계좌 조사배제 소득세및 법인세율 추가인하 세금우대저축
가입한도 확대등도 거론되고 있다. 아예 대통령 긴급명령을 법의로 바꿔
국세청통보및 자금출처 조사대상을 대폭 완화한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이중 자금출처조사 완화 방침은 이미 고위당국자간에 결정돼 있는 것으로
확인 됐다. 홍재형 재무부장관은 지난 18일 이와관련, "당초 긴급명령에
인출액이 3천만원을 넘을 경우 국세청에 인출내역을 통보토록 한 것은
실명제초기에 자금인출이 집중되지 않도록 한 조치이나 초기의 부작용은
의도대로 막아졌다"며 "순인출액이 3천만원을 넘어도 출처조사는 없을
것"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했다. 경제기획원의 김태연차관보도 20일 같은
내용을 확인했다. 긴급명령에도 인출에 대해서는 "통보"만 규정돼있기
때문에 조사대상을 조정하더라도 긴급명령에도 저촉되지 않는다는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다른 관계자는 당초긴급명령을 만들때 부터 조항은
강하게 해놓고 국세청의 조사단계에서 신축적으로 대응하자는 입장이
정리됐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결국 자금출처조사는 가차명계좌를 실명으로 전환할 때만 적용하겠다는
뜻으로 긴급명령을 손대지 않고 할수 있는 최대한의 조치를 택한 셈이다.
배우자명의계좌에 대한 조사완화도 같은 맥락에서 검토되고 있다.
재산형성과정에 배우자의 역할이 고려돼야 할뿐만 아니라 가계자금은
배우자명의로 거래하는것이 보편화 돼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현재
금융자산에 대해 40대는 1억원,30대는 5천만원,20대는 3천만원까지는
출처조사를 않도록 국세청내부지침을 운용하고 있는데 실명제와 관련해서는
이를 보다 신축적으로 운용해 조사대상을 더욱 축소하겠다는게 정부의
방침이다.

금융실명제를 조세추적과 연계시키지 않겠다는 입장은 이미 여러차례
발표된대로다. 금융실명제를 도입한 배경이 징세를 위한 것이 아니기도
하지만 과거를 캐물을 경우 실물경제가 크게 위축되기 때문에 절대로
과거의 세금탈루여부를 확인하는데는 이용하지 못하도록 자료취급자를
제도적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마련중이다.

하지만 다른 보완책들은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이다. 무기명채권의
경우금융실명제의 취지자체를 퇘색시키는 제도로 실명제 검토초기부터 이미
제외된 방안이라는게 재무부의 설명이다. 다만 오는 96년부터
이자배당소득 종합과세제를 시행하는데 시행이전에 발행된 채권은
합산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이 고려되고 있을 뿐이다.

긴급명령을 법으로 대체하는 방안은 전혀 검토되지 않고 있다. 홍장관은
"앞으로 4~5년뒤에나 검토해 볼 사항"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밖에
소득세와 법인세의 세율조정과 세금우대저축 가입한도 확대등은 중장기적인
검토과제로 올라있다. 결국 긴급명령의 허용범위 안에서 행정적인
신축성으로 가능한 자금출처조사 완화만을 강구하고 있는 셈이다.

실명제를 도입할때의 자세와 비교하면 이것만으로도 적지않은 변화임에
틀림없지만 과연 불안감이 불식될수 있을런지는 미지수다. 금융거래
정보가 국세청에 통보되는 상황에서 그 자료가 나중에라도 세무조사에
이용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는 탓이다. 또 발표형식을 놓고 관계부처나
정치권과 의견조율이 이루어지지 않고있기도 하다.

결국 금융실명제가 부작용 없이 제도로 자리잡으려면 제도 그 자체보다
정부가 국민들로부터 얼마나 신뢰성을 확보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할수있다.

<정만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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