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는 요즘 실명제와 공직자재산공개의 여파로 "축재속엔 비리가
숨어있다"는 암묵적 전제가 군중심리를 이루고 있다. 자연히 서양의
중세적 금욕생활이 우리가 추구해야할 모습인것 처럼 권장되고 있다.

사실은 모두가 돈을 원하면서,그것을 위해 집단적인 극한투쟁까지
불사하면서도 남이 가진 돈은 비리시하여 시장경제의 뼈대인
이익추구행위가 떳떳하게 활개펴지 못하고 범죄혐의자 처럼 숨죽이며
잠복하는 꼴이 되었다. 그래서 그동안 발전의 원동력이었던 왕성한 욕구가
해체되고 있는 느낌이며 개인이나 기업등 경제주체들의 의욕이 떨어져
있다.

21세기에 선진국이 되려는 것이 나라와 국민의 흔들림없는 욕구이면서
사회적으로는 욕구에 대한 금기가 횡행한다면 이것이 과연 숙원을 이룩하는
길인가 물어야할 때이다.

이익추구의 긍정적 의미를 처음으로 발견한 것은 엉뚱하게 마키아벨리라고
한다. 이것이 근대적 사상으로 성숙되어 "군주는 국민에게
명령하고,이익은 군주에게 명령한다"는 유명한 말까지 탄생시켰다.
이익추구에 대한 긍정은 개인능력의 존중이며 이것이 공업경영자들을
등장시켰다.

르네상스이래 이익추구는 종교적으로도 긍정되었다. 신이 부여한 개인적
직분을 충실히 하여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바로 신의 이익을 증대시킨다는
사상이다. 이것이 교회와 자본을 화해시켰고 산업사회를 꽃피우게 했다.
지금 우리는 신의 이익은 말하지 않더라도 개인들의 이익추구는 국가의
이익을 증대시킨다고 얘기할수 있다. 그리고 국가이익은 결국 집권자에
대한 명령자이다.

오늘날 국가이익이 명령하는 바는 무엇인가. 수출이다. 수입을
하지말자는 것이 아니고 수입을 하지 않고는 먹고 살수 없으므로 수출을
하자는 것이다. 산이 국토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목재의
90%이상을 수입해야 하고 사료용 공업용으로 곡물의 60%이상을 도입해야
하며,석유와 공업원료를 전적으로 해외에 의존해야 하기때문에 수출만이
살길이다. 그래서 개발초기부터 수출제일주의가 표방되었고 이것은
오늘도,그리고 먼 장래에도 변함없는 우리의 숙명이다.

그런데 수출은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고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지금
이같은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 위기이다. 공연히 위기감을
조성하려는 것이 아니다. 일본의 어린이들은 지진에 대비하여 항상
잠자리에 구급장비를 갖춰놓고 잔다. 학교에서도 피난훈련을 하고 온갖
건물에도 피난시설과 표시를 한다. 이런 위기의식이 일본으로 하여금
상황변화에 대한 철저하고 기민한 대응과 경쟁력을 정신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우리의 위기는 경쟁력이 떨어지면 살수 없다는데 있다. 이것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고 부단한 것이다. 이것을 가장 잘 아는 위치는 국제경쟁을
피부로 느끼고 있는 기업들이다. 경쟁력이 떨어지면 공장문을 닫아야 하고
수많은 종업원을 거리로 내보내야하는 기업인들은 그래서 해외시장을
살피려고 비행기안에서 새우잠을 자야하며 설비와 기술투자를 하기위해
금융기관에 구걸행각을 하고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 경제는 저절로
굴러가는 것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무조건 돌을 던져 기업의욕을
떨어뜨리고 경쟁력을 저하시킨다.

이럴때 귀중한 요소는 왕성한 의욕인데 우리의 위기는 이를 실종시키고
자학하는데 있다. 이익추구를 바라면서도 질시하는 우리마음의 이중구조와
긍정보다는 부정이 정의인양 행세하는 세태가 우리의 사기를 생채기내고
있다. 노력해서 보다는 투쟁으로 돈벌려는 역심도 생산의 걸림돌이다.
이같은 마음들을 바로잡아 전체적 사기를 회복해야 경쟁력이 강화된다.
그렇잖으면 위기는 더 깊어진다.

지난주에는 민간차원에서 일전부사의 위기감이 표출되었다. 재계대표들이
모여 경쟁력강화위원회를 설치키로 하고 무역흑자 1백억달러를
실현하겠다고 다짐한것이 그것이다. 이것은 일종의 위기대응 시나리오다.
적당히 면죄부를 받으려는 재계총수들의 허구가 아닌듯 하다.
국제경쟁에서 운명적 회전을 벌이려는 맹약이라고 봐야한다. 김대통령을
연달아 만난 재계대표들이 경제에 와있는 대통령의 확고한 뜻을 읽었고
또한 그들 스스로 수출만이 답이라는 냉혹한 국제현실에 부닥쳐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자신감의 회복이 고무적이다. 중진국으로서는 유일하게
선진국의 독무대인 자동차 반도체 교환기등의 첨단부문을 바짝 추격하고
있는 우리가 신발이나 섬유라고 못해낼리가 없다. 독일의 디 벨트지는
2005년엔 한국의 국제경쟁력이 세계1위가 될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는데 우리
스스로 비하하고 좌절감에 빠진다는 것은 지독한 자해행위다. 64년
1억달러수출때도,72년 10억달러 수출때도 모두가 안된다는 것을 우리는
해냈다.

77년 1백억달러 수출때는 국민 모두가 감격했다. 믿지 못했던
기적이었다. 이런 감격이 국민 모두를 고양시켰다. 지금은 스스로에게
감격하기보다 스스로에게 돌던지고 있는 것이 최대문제다. 좌절을 벗어나
자신감을 회복하면 무엇이든 할수있는 것이 한국인상이다.

물론 기업들의 분발에 대하여 정부가 할일도 많다. 임금이 이미
경쟁국보다 높아진판에 그들보다 턱없이 높은 금리는 경쟁력회복의
걸림돌이다. 행정규제로 기업하기가 불편한 점도 혁파돼야 한다.
여기에다 국민들의 성원만 있으면 1백억달러흑자는 해낼수 있다. 기업의
사갈시( 포갈시)가 아니라 기업의 위상정립이 국제화시대의 살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