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조상이 "먹지도 말고 만지지도 말라"는 금단의 열매를 따먹은 죄에
대한 최초의 벌은 수치심의 자각이었다. 출산의 고통이라든가 가시덤불과
엉겅퀴에 찔리는 아픔은 인간이 부끄러움이란 고통을 안 다음에 감당해야
했던 죄과들이었다.

성서(구약)가 전하는 인류 최초의 어머니는 수치에 눈을 뜬 순간 남편이
가져다준 무화과 잎들을 떨리는 손으로 꿰매어 부끄러운 부분을 가리는데
필사적이었다. 뒷날 인류가 개발한 어떤 재봉술도 이 멍에(수치심)을
완전히 덮어줄수있는 앞치마는 만들지 못했던 것이다. 우리의 공직사회가
재산공개파동을 겪으면서 보여준 많은 "고위"공직자들의 은폐, 축소
노력들이 그들자신이 키워온 "수치"를 완전히 가리지 못한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영국의 역사학자 토머스 칼라일은 "부끄러움이란 모든 덕행을 키우는
토양"이라고 말하고 정신 청소작업부터 서둘러야 한다고 역설했다. 수치를
자각함으로써 고결한 명예가 움틀수 있고 철저한 뉘우침만이 헝클어진
명예를 제자리에 되돌려 놓을수 있다는 가르침이다.

공보처는 최근 5급이하의 하급직공무원들을 상대로 새정부가 실시한
고위공직자의 재산공개제도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그 결과를 발표했다.
이 앙케이트조사에 의하면 공직자들의 재산을 국민에게 공개함으로써
부끄러움을 아는 공직사회가 되기를 열망(94. 4%)하고 있으며
재산공개제도가 "공직사회의 명예회복에 도움이 될것"을 기대(54.4%)하고
있다. 하급직공무원들중의 반이 과다한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선배공직자들은 스스로 물러나거나 실사후에 의법조치되기를 바라고있다.

국민모두가 공직자들의 근검절약에 의한 재산축적에 분노를 느끼고
있는것은 아니다. 공직을 오용함으로써 "먹지도 만지지도 말아야할
재물"에 손을 내밀어 "수치"를 축적했다는데 충격을 느끼고 분노를 되씹고
있을 따름이다. 자정노력만이 공직사회의 명예를 되살려 놓을수 있다고
많은 국민들도 기대하고있다. 어차피 무화과 잎으로는 가릴수 없을만큼
부끄러운 행적을 키워놓아 버렸으니 자체청소에 기대를 걸수밖에 없다.

상처받은 명예는 나무표피에 새겨진 표적과 같아서 세월의 흐름과 함께
사라지는게 아니라 오히려 더욱 깊숙히 패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