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의 설치를 골자로하는 전경련회장단의 14일 결의는
한마디로 말해서 경기가 되살아날 수있도록 재계가 수출촉진 투자확대등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는 재계가 정부정책에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얘기임과 동시에 김영삼
대통령이 재계 총수들과의 일련의 만남에서 경기회복 및 실명제의 조기정착
을 위해 앞장서 노력해달라고 촉구한데대한 화답이기도 하다.

세부적인 실천방안이 아직 나오지 않아(전경련은 이달말 30대그룹 기조
실장 회의에서 세부 실행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재계의 이같은 결의가
어느정도 실효를 거둘 수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대기업 총수등 영향력
있는 경제인들이 경기회복을 위해 기업이 능동적으로 나서야 한다는데 인식
을 같이하고 그 방안을 마련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의미는 크다.

우선 재계가 현상태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엔 경기가 실명제의 부작용과
맞물려 돌이키기 어려운 침체국면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이를
막기위해 적극 노력키로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정부의 촉구도 배후에서
작용했겠지만 재계 또한 이대로 가서는 곤란하다는 위기의식을 배경으로
깔고있다는 애기이다.

재계는 사실 여러가지 불안감과 불확실성 때문에 그동안 적극적인 경제
활동을 펴지않았다. 투자나 기술개발에 신경쓰기 보다는 정치권 특히
청와대의 풍향에 촉각을 곤두세워왔다. 엔고 중국 특수등의 주변 여건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공격적 자세보다는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어적 자세를
견지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96년 무역흑자 1백억달러를 목표로 내걸고 이의 실현을위해
경쟁력강화위를 설치키로했다는 것은 재계나름의 전환점을 찾기위한 것으로
볼 수있다. 실명제 실시로 이미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가시화 되고있기
때문에 분위기 일신을 위한 전기가 절실하다고 판단,이번 대책을 마련하게
된 것이라고 전경련 관계자는 설명했다.

물론 청와대와의 교감도 한몫을 했다. 김영삼 대통령과 주요 그룹총수들
간의 일련의 만남으로 투자를 주저케하던 막연한 불안감이 어느정도 해소돼
재계의 적극적인 대시분위기가 조성될수 있었다고 볼수 있다.

이는 실명제의 후유증을 최소화,이를 조기에 정착시키는 것이 국가경제를
위해서나 기업을 위해서나 바람직하며 그러기위해서는 경제를 하루빨리
되살려야 한다는데 정부와 재계간 의식의 일치가 이루어진 결과라고도 할수
있다.

이날 회의를 주재한 최종현 회장 스스로도 기자회견에서 실명제의 조기
정착이 지금으로서는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최회장은 또 실명제의
정착은 경제의 활력회복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단언했다. 경기가 살아나야
만 실명제의 순기능이 역기능을 압도,사회도 안정된다는 논리이다.

경기의 활력회복과 이를바탕으로한 실명제의 조기정착을위해 정부정책에
적극 협조,재계에 주어진 몫은 충분히 하겠다는 뜻을 내포하고있는 셈이다.
또 이 과정을 통해 대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일부 부정적인 이미지도 개선
하고 기업활동의 정당성도 확보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있다.

상의회장.포철회장 등이 참석한 이번 범재계회의와 관련,주목할 점은 재계
가 자신들의 목표와 이의 실현을 위한 "스스로의 노력"만 분명히 했을뿐
정부에 대해 무엇을 어떻게 해달라는 요구를 전혀 하지않았다는 점이다.
정부와 기업이 경제를 실질적으로 끌어가는 양축이라는 점을 감안할때 이는
곧 아직도 재계가 할말을 못하고 있다는 반증으로 볼수있다.

실례로 재계는 이날 사회간접자본에 대해 자본참여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를 위해선 먼저 자본참여의 길이 열려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에 대해 이같은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무역
흑자 1백억달러의 실현도 결코 용이한일이 아니다.

이를 위해선 수입이 현재의 증가추세로 간다는 전제하에 수출이 연평균
25~30%씩 늘어나야 가능한 수치이다. 작년과 올해의 수출증가율이 10%안팎
에 그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정부가 적극 지원한다해도 달성을 장담
하기 어려운 목표이다.

따라서 재계가 14일 제시한 목표를 달성,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종합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
이다. 또 그러기 위해서는 재계가 제목소리를 내고 정부가 이를 수렴,정책
에 반영해주는 분위기가 조성돼야한다. 물론 재계도 경제외적인 측면을
지나치게 고려,목표 그자체를 중시하기보다는 목표가 설령 낮더라도 실현
가능한 세부실행방안을 마련해 집행하는 자세를 가져야할 것으로 보인다.

<이희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