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준구 서울대교수/경제학 >

요즈음은 승용차를 운전하고 학교에 오는 학생이 부쩍 늘었다. 젊은시절의
고생은 돈이라도 주고 살정도로 귀중하다는 "낡은"사고방식의 소유자인
나는 솔직하게 말해 그들을 별로 좋게 보지 않는다.

잘 팔리는 컴퓨터 프로그램이라도 개발하여 떳떳하게 차를 산 학생들은
물론 예외이다. 부모에게 졸라 분수에 넘치는 차를 얻어내 유치한 장식이나
덕지덕지 붙이고 다니는 모습이 적어도 대학교에서는 보이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 정말로 자식을 아끼는 부모라면 무엇이 자식을 위하는
길인지 찬찬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어떤 부모가 자식에게 1,000만원짜리 승용차를 한대 선물했다고 하자. 이
차는 그 젊은이가 운전면허를 딸때까지 한달간 아파트 주차장에 세워져
있었다고 하자.

지금 우리는 그차를 한달동안 주차시켜 놓는데 든 기회비용을 계산해
보려고 한다. 만약 차를 산데 쓴 1,000만원을 남에게 빌려주었으면 이자
수입이 있었을 것이다. 연리가 12%라면 차를 구입함으로 말미암아 한달동안
벌어들일수 있는 10만원의 이자수입이 희생된 셈이다.

이것이 기회비용의 한부분을 구성하는 것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기회비용의 두번째 부분은 감가상각비인데 그 차의 내용연수가 5년이라면
평균적으로 한달동안 감가상각되는 부분이 17만원어치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와같은 계산방법은 비록 자동차뿐 아니라 일반적으로 내구성이 있는
물품,즉 자본재를 사용하는데 드는 기회비용을 산출할때 적용될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이 10억원을 들여 자본재를 구입했다고 하자.

우리는 그것을 일정 기간,예컨대 한달동안 사용하는데 드는 기회비용이
얼마인가를 물을수 있다. 이 물음에 대한 답을 구하는데 앞에서 본 계산
방법을 원용할수 있는 것이다.

자본재의 구입비용을 P,한달간의 금리를 r,그리고 한달간의 감가상각분을
d라고 했을때 이 계산방법을 공식으로 표현하면P(r+d)가 된다.

앞에서 구한 승용차 보유의 기회비용은 27만원이다. 여기에 자동차세까지
합하면 한달간 대략 30만원의 기회비용이 발생한다고 결론지을수 있다.
다시말해 그차를 고이 모셔두는데 드는 비용만 해도 하루에 1만원씩이
든다는 것이다.

자가용을 갖고 있는 사람중에서 차를 보유하는데만 이렇게 많은 비용이
든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물론 그
차를 실제로 사용하려면 연료비등 드는 것이 더 많아질 것이 뻔하다.

나의 낡은 사고방식은 집장만이야 어찌 되었든 우선 자동차나 사고 보자는
젊은이들의 생각을 용납하지 못한다.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여 한달에
30만원을 절약할수 있다면 5년에 모을수 있는 돈이 최소한 2,00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