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저축추진중앙위원회가 전국의 근로청소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저축생활체험수기공모에서 입상한 20명에게 상을 주는 자리는 웬지
시상식치곤 너무 가라앉은 분위기였다.

저축추진중앙위원회회장을 겸한 정춘택은행연합회장등 관계자들과
수상자가족들이 참석, 한푼 두푼모아 목돈을 마련한 근로자들을 위로하는
포근한 자리였으나 분위기는 전혀 달랐다. 가슴뿌듯한 모습을 보야할
수상자본인과 가족들모습은 "외소"해 보였고 참석자들의 표졍도 어둡기만
했다. 고위공직자들의 "엄청난 재산"에 눌린 듯 침울하기 까지 했다.

이날 상을 받은 20명은 하나같이 잔업과 특근을 마다하지 않으면서
어렵사리 모은 돈을 금융기관에 맡겨 "티끌을 태산"으로 가꾼 의지의
인물들이다.
포항제철 광양제철소의 김재련씨(26)는 월급의 90%이상과 상여금의 70%를
저축하고 나머지 돈은 가계부에 꼬박 꼬박 기록하면서 아껴 써 우수상을
받았다. 삼성전자 구미공장의 박성호씨는 저축하고 나면 생활비가 달려
잔업 야근 특근을 많이 했고 상여금을 한푼도 헛되이 쓰지않아 직장생활
7년만에 2천7백만원을 모았다.

이들이 어렵게 모은 태산같은 돈은 고위공직자들의 재산에 비하면
티끌보다못할 수도 있다. 백억대 재산가가 10명이고 상당수는 수십억대의
거부를 쌓은 사람도 수두룩하니 우수저축근로자가 고생끝에 불린 재산은
시쳇말로 명함도 내밀기 어려운 부스러기 돈일수도있다. 물론 재산의
절대규모가 많고 적다는 것자체가 문제일 수는 없다. 청부는 오히려
존중돼야만 자본주의가 활력을 얻을수있듯 재산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매도하는 것은 공평하지 못하다.

그러나 모 법관이 연고지도 아닌 곳에 땅을 사놓고 권력의 주변인물이
잇속있는 장사의 허가를 따내는등 곱게 볼수없는 사례들이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기에 이날 저축생활체험수기시상식은 더욱 우울해보였는지
모른다.

"여건만 된다면 조그마한 가게를 차려 부모님을 편안히 모시고 나처럼
불우한 이웃을 돕고 싶습니다"
한 수상자의 고백이 허탈과 배신감으로 바뀌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고광철.경제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