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조 개국초에 한양이 도읍으로 정해졌을 때만 하더라도 쾌적한
도시였음은 물론이다. 당시의 성리학자이자 명신이었던 양촌 권근은
전원같은 도읍의 정취를 이렇게 노래했다. "새 서울,하늘이 열린
마을/구방이 바둑처럼 늘어섰다/./곳곳마다 아담한 정자와 동산/저기
들리는 노랫소리/달빛도 휘황하다/이 아니 태평인가." 이 얼마나 아름다운
수도 서울의 정경이었던가.

서울의 이같은 멋을 앗아가버린 것은 현대화의 물결이다. 걷잡을수 없이
시시각각으로 밀어 닥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서울의 정취는 시들어
갔다. 현대도시들 거의 모두가 과밀화로 겪고 있는 병이다.

엊그제 건설부가 조사 발표한 "92년말 현재 수도권집중현황"에서도
서울권의 이상비대화를 발견하게 된다. 인구를 비롯 대학 자동차 사업체
의료기관등의 숫자는 물론 금융거래액 또한 지나치게 몰려있어 "수도권이
곧 대한민국"이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시켜 준다.

세계에서 가장 비대해진 수도권은 일본의 동경권이다. 인구가 무려
2,900만 넘게 살고있어 일본의 큰 고민거리가 되어 왔다. 이를 해결하려는
갖가지 구상이 나왔다.

한가지는 바다에 떠있는 도시 "라퓨타구상"이라는 기발한 천도론이다.
거대한 부체구조물을 만들어 수도기능을 집적시킨 뒤 2년이내의 주기로
국내의 주요 항만도시로 이동시킨다는 것이다. 다른 곳으로 수도를
옮기더라도 제2의 동경이 될 가능성이 크기때문이다. 다른 한가지는
고속철도망을 만들어 동경 40분권안에 있는 도시들(명고옥 선 등)에
수도기능을 분산시키자는 확도론이다. 그밖에 동경의 땅속과
공중,동경만의 바다위에 도시를건설하자는전도론이있다. 서울권은
인구면에서 동경 멕시코시티 상파울루에 이어 네번째가 되고 인구밀도에선
첫번째가될정도로 심각한 상황에처해있다. 교통난 환경오염
사회기간시설미비가 심화되어있다는얘기도된다.

때마침 서울을 동북아경제권(북경~서울~동경을 잇는 초국경도시권역)의
중핵도시로 발전시켜 나갈 좌표와 비전을 정립하는 역할을 할
서울21세기위원회가 발족된 것은 뒤늦은 감이 있으나 바람직스러운 일이다.
다만 21세기의 서울 발전은 수도권의 종합적 개발구상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