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주말만 되면 낚시가방을 둘러 메고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이
부쩍 더해진다. 아마도 낚시하는 동안만은 업무상의 골치아픈 일이라든지
각종 스트레스를 몽땅 떨쳐 버릴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오직 낚시 한가지
일에만 전념함으로써 메모리 용량의 부족으로 항시 혹사당하는 나의 불쌍한
두뇌를 한때나마 편히 쉬게할수 있다는 것도 빼놓을수 없는 이유중의
하나이리라.

더욱이 40대 사망률이 가장 높다는 우리 중년층에게는 이같은 취미생활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간혹 취미생활 중에서도 하필이면 할일없는 사람들이나 하는 낚시를
택했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지만 이런 사람들에게는 올라갔다
내려올 산을 왜 힘들여 오르느냐고 되묻고 싶다. 세월을 낚는다는 말도
있다. 단순히 낚시행위 그 자체만을 놓고 허송세월이나 하는 비생산적인
아류로 취급받는 것이 불쾌하다. 어떤 사람들은 일요과부라는 것이 무슨
뜻인지 아느냐고 침을 튀긴다. 집안일하는 사람은 스트레스 없는 줄
아느냐고 집사람이 따질 때면 사실 할 말이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 여자의
평균수명이 남자보다 더 긴 것을 보면 남녀간의 스트레스 차이는 분명
있을게 아닌가. 늦바람 피우는 것 보다야 낚시가는 것이 그래도 나으니까
아내여 용서하오..

나에게는 좋은 직장동료들이 있다. 처음 생긴 부서에서 한동안 같이
근무하면서 매년 한두번씩 야외로 나가 텐트치고 야영하면서 달빛아래
소주잔을 기울이던 동료들이다. 지금은 결혼도 하고 각기 다른 부서로
흩어져 과거처럼 우리들만의 오붓한 자리를 마련한다는게 쉽지는 않지만
가끔 직장 근처의 포장마차에서 만나 서로간의 근황에 대해 밤늦게까지
정담을 나누곤 한다. 이런 동료가 있다는게 얼마난 고마운지 모른다.
직장동료간 모임이란 업무와 관련된 화제의 범주를 벗어나기 어렵다.
퇴근후까지 업무 이야기로 시간을 보낸다는게 별로 바람직하지는 않으나
필자의 경우 거의 대부분 직장일을 화제에 올리곤 한다.

그러나 아주 가끔이긴 하지만 직장동료들과 여름휴가일을 같이 잡아
전가족이 야외에서,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부인들은 부인들대로 웃고
떠들며 즐거운 한때를 보낼 때도 있다. 바로 이러한 일들이 가정생활
이나 직장생활에서 큰 활력으로 작용하리라 생각한다.

지난 여름엔 직접 동료들의 가족과 함께 춘천엘 갔었다. 그후 애들이
휴가때의 재미있었던 일들을 되새기며 즐거워하는 것을 보고 앞으로 혼자
떠나는 도피성 낚시횟수를 조금은 줄여야겠다는, 집사람이 들으면 반가워
할 생각을 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