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울관악구 지하철 2호선 사당역입구에는 출퇴근길 직장인들에게
카드 사채업자를 알선하는 아주머니들의 모습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실
명제실시의 여파로 영세상인들과 직장인등 돈이 급한 서민들에게 1천만
원 이하의 `급전''을 대주던 카드사채업자들이 몸을 사리고 있기 때문이
다.
그동안 서울시내 1백여 카드사채업자들은 고객의 신용카드를 이용해
유령가맹점 명의로 가짜매출전표를 만든 다음 15% 정도의 높은 선이자를
떼고 돈을 빌려주는 방법으로 영업을 해왔으나 실명제 실시로 상당수가
문을 닫고 있거나 전업을 고려하고 있는 중이다.
그나마 문을 닫지 않는 일부 카드사채업자들은 사채자금을 입금해 둔
은행구좌가 실명화됨으로써 새로이 부가되는 세금을 채무자들에게 그대
로 전가하는 식으로 장사를 계속해 카드사채금리가 실명제 이전보다 훨
씬 비싸질 전망이다.
국민은행 광장동 지점의 한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대
출자금이 현재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는 중소기업체의 지원금으로 대거
빠져나가 있어 서민들이 은행에서 급전을 구해쓰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
한 형편"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급전난이 심각해짐에 따라 우리나라의 전통
적인 부조조직인 `계''가 이전보다 성행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카드사채업자 등 기존의 사채업체들이 줄어드는 대신 더욱 음성적인 일
수업자들이 생겨나 불법적인 고리대금업의 폐해가 고개를 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