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번필승의 통설을 무색케하는 전도전국 백번필승이라는 진기록이 이창호
육단과 유창혁육단의 제24기 명인전에서 나왔다.
23일 한국기원특별대국실에서 벌어진 도전5번기 제5국에서 백을 쥔 이창호
육단은 유창혁육단을 맞아 226수만에 백1집반승을 거둬 종합전적 3승2패로
명인전 3연패를 달성했다.
이로써 이번 명인전은 1국(유창혁백3집반승) 2국(이창호백불계승) 3국(유창
혁백4집반승) 4국(이창호백불계승)에 이어 5국마저 백승으로 백번필승이라는
이색적인 기록을 남긴채 이창호육단의 승리로 끝났다.
전도전국 백번필승기록은 지난 80년 제15기 왕위전(당시 서봉수칠단이 조훈
현팔단을 3승2패로 이겨 조훈현의 전관왕기록을 깸)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사실 흑을 잡는 것이 유리하다는 일반적인 인식속에 그동안 덤5집반에 대해
바둑인들의 논란도 많았다.
실제로 끝내기의 달인 이창호육단은 현행 5집반의 덤제도에 대해 "덤6집반
정도가 합리적인 것 같다"는 입장을 보여왔고 응창기룰의 경우 덤8집이 적용
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통념을 깨고 백번필승이라는 진기록은 왜 나오고 있는 것
일까.
이에대해 한 바둑전문가는 "일반적으로 프로기사들이 흑을 쥘 때 마음이 편
하다는 얘기를 하지만 주요기전의 결정적인 대국에서는 오히려 덤을 의식한
흑의 조급한 공격보다 느긋하게 세를 구축하는 백의 입장이 더 유리할 수 있
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창호육단은 이로써 올들어 8번의 도전기(선수권전포함)를 치르면서
최고위전만을 조훈현구단에게 패해 7승1패를 기록하며 9관왕을 고수하게 됐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