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사태가 19일 극적타결됨으로써 울산지역 현대계열사 무더기
노사분규가 완전 마무리됐다.

지난 6월5일 현대정공노조위원장 직권조인으로 시작된 울산지역 8개 현대
계열사 노사분규가 76일만에 대단원의 막을 내린것이다.

올 현대노사분규는 노사정 모두가 지혜를 모아 극복해낸 싸움으로 종합
평가할수 있다.

일부 사업장의 경우 긴급조정권발동이라는 극약처방을 내려 자율해결에 오
점을 남기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장기간 지속된 분규에도 노사가 아무런
물리적충돌없이 대화를 통해 슬기롭게 "자율"로 타결지었기 때문이다.

현대각계열사 분규는 당초 현총련(현대그룹노동조합총연합)을 중심으로
공동전선을 형성,연대투쟁에 나섬으로써 현대사태는 최악의 상황까지 가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매우 높았다.

현총련의 공동임투일정에 따라 현대각계열사 노조는 지난6월말까지 대부분
쟁의를 결의했고 지난달 7일 전면총파업이후 투쟁강도를 높여왔다.

그러나 이과정은 노동법을 철저히 준수한 준법투쟁이었으며 회사나 노동
부도 어떻게 손을 댈수 없는 상황으로 진행됐다.

노조가 무리한 투쟁으로 공권력투입 노조집행부 대량구속이라는 종전의
악순환을 피하는 투쟁으로 방향을 전환했기때문이다.

그러나 분규가 장기화되고 신정부의 신경제정책추진에 큰 부담이 된다는
여론이 비등하자 주무부서인 노동부는 다급해졌고 급기야 현대자동차에 긴
급조정권이란 극약처방을 하기에 이르렀다. 또 사문화되다시피한 노동쟁
의조정법상 제3자개입조항을 내세워 현총련간부들에 대한 검거에 나서는등
사태해결에 공권력을 동원하기도 했다.

긴급조정권 발동으로 현대자동차노조가 사실상 타율로 분규를 극적 타결
지었고 이어 각계열사 분규가 속속 종결됐다.

현대사태해결의 마지막 관건인 현대중공업 협상이 이달들어 의외로 교착
상태에 빠지자 노동부가 또다시 긴급조정권발동을 시사하며 자율해결의 장
으로 노사를 유도하는 자세를 취하기도했다.

결국 긴급조정권발동 일보직전에 노사가 자율타결을 이끌어냈으나 정부의
긴급조정권발동예고로 사태가 한동안 악화되는등 공권력 남발이라는 비난이
이는 부작용도 있었다.

이는 현대중공업노조의 성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데서 나온 현지와 본
부관계자 사이의 시각차에서 비롯된 것으로 지적받고있다.

이과정에서 이인제노동부장관이 분규기간중 두차례 울산을 방문,노사대표
를 만나 직접중재에 나서는 의욕적인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노동운동에 대한 현실과 이상의 격차를 좁히지 못했고 이장관의
울산방문이 오히려 분규를 부채질했다는 평가가 이곳 현지 노동전문가들
사이에 나돌고있다.

아무튼 이번 울산사태로 현대그룹측은 가장 큰 피해자로 현대자동차 4천
57억원 현대중공업 2천9백30억원등 8개사가 총8천5백64억원의 매출손실을
입었다.

또 협력업체 손실분 4천6백33억원까지 포함할경우 분규기간중 피해액은
1조3천1백97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있다.

그룹측은 현대종합목재 현대중공업에 직장폐쇄라는 강경조치를 동원하기도
했으나 분규수습에는 영향을 주지못했다.

특히 그룹측은 노사분규로 정부의 신경제정책에 부담을 준다는 인식을 하
고 있었고 노무관리에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따라서 그룹측은
노조의 요구를 대폭 수용하는 선에서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고
그결과 자율해결이라는 멋진 작품을 연출했다.

이번 현대사태의 가장 큰 교훈으로 노사가 정면충돌없이 대화를 통해 분
규를 수습해 성숙된 노사관계를 정립한 원년이 되었다는 점을 꼽을수 있다.

그동안 "산업평화정착"이란 표어만 있고 진정 신뢰를 바탕으로 한 노사
관계가 전무했던 것에 비하면 매우 엄청난 변화로 볼수 있다는 것이 노동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평가다.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신경제정책에 일시 타격을 가했으나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