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마진 없어 소비자도 혜택 물건을 만들어 팔지는 않고 대여만 해주는
독특한 영업방식으로 경영하는 중소기업이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굳이
말을 만들자면 "조이불매" 업체인 셈.
화제의 기업은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에 있는 현대정수(대표 정무영).

정수기메이커인 이 회사는 제품을 만들어 판매영업활동을 하는 제조업체의
보편적인 형태를 보이지않고 있는것.
지난 86년 회사설립이후 지금까지 판매는 일절 안하고 대여및 사후관리만
담당하고 있다. 5천여대가 대여돼 있으며 매달 1백에서 2백대가 신규로
대여된다.

물론 현대정수는 사업자등록증에 제조업체로 돼있고 실제 제조공장도
있다. 이 회사는 소비자의 제품대여요청이 오면 직접설치해주고 매달
이온수지와 활성탄등 정수기의 핵심재료를 교체해 준다. 신규고객은
설치비용으로 2만원,보증금 2만원에다 정수기용량에 따라 매달 1만원에서
4만원까지 관리비를 내면 된다.

현대정수가 이같은 경영방침을 고수하게 된것은 업종특성과 정사장의
경영관이 함께 어우러져 생겨난 것이다. 정수기는 정수방법에 따라
필터식 멤브레인식 이온교환식등 여러가지가 있으나 사후관리가 얼마나
제대로 되느냐가 수명의 관건이 된다는 것. 이에따라 판매뒤에 애프터
서비스를 해주는 것보다 "빌려준뒤"적절히 돌봐주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게 정사장의 생각이다. 특히 직접 판매를 하게되면 유통단계에서 마진이
많이 빠질뿐만 아니라 영업사원들의 리베이트등도 "별도계산"해 줘야한다.
따라서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질건 뻔하다. 정사장은 국내에 아직 정수기가
제대로 보급되지 않은 70년대부터 외제정수기를 수입 판매했었다. 업계의
터줏대감이다. 그가 보아온 정수기시장은 밀어부치기식 판매전이 횡횡하는
것이었다. 이래서는 소비자가 골탕을 먹게되고 결국 제조업체의 불신으로
이어진다는 얘기.

"정수기의 원리는 간단하다고 할수 있죠. 이말은 꺼꾸로 쉽게 망가질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제대로 작동시키기기 위해서는 철저한 AS가
필요합니다"
정사장은 제품판매가 아닌 대여로 사업방향을 잡게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정사장은 정수기의 개발에도 심혈을 기울여 설립당시 40만원선이던
제작비를 현재는 12만원선으로 떨어뜨렸다.

현대정수는 5년전부터 조기출퇴근제를 도입,관련업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오전7시30분에 출근하고 오후4시면 전직원이 모두 퇴근한다. 최근
사회적 관심을 끌고있는 삼성그룹의 조기출퇴근제의 원조격이다.

조기출퇴근으로 교통체증을 피할수 있을뿐만 아니라 이른시간에 업무를
처리하기 때문에 효율도 높아졌다고 정사장은 설명한다. 이회사는 또
31일이 있는 달의 31일은 휴무한다. 이 모두가 사원들의 사기앙양을
위해서 도입한 제도들이다.

정사장은 "현대정수를 1백년이상 영원히 존재하는 기업이 될수 있도록
키우고 싶다"고 포부를 밝힌다.
<남궁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