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동락이란 말 그대로 함께 좋아하고 함께 즐긴다는 뜻이다. 이 경우
모이는 사람들이 취미가 같을때가 물론 가장 이상적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끼리끼리 모여 테니스나 골프를 치고, 노래방에 들락거린다.

그러나 취미가 다르면서도 이럭저럭 함께 좋아하고 즐길 길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우리들의 모임이 바로 그러하다. 한 편에서 보신탕이라면
다른 편에서는 돼지고기라 하고, 한쪽에서 면이라면 한 쪽에서 발이어야
한다고 고집한다. 우리의 모임에는 술을 마시는 사람도 거의 없다.
15명이 모여 소주 두병이 정략이다. 그것도 신범하라는 키가 제일 큰
친구와 박종만이라는 키가 제일 작은 꼬마 친구, 상건달 나를 합해서 도합
3명이 비우는 주량이고 나머지는 술을 입에 대지도 않는다. 이모임에는
교회의 장노가 다섯이며, 반은 중이 된 친구들도 몇명이 있고 나처럼
구제불능의 친구도 몇명은 있다.

그러함에도 우리는 매월 목요일 하루를 잡아 만난다. 이름붙여 목우회라
하지만 별다른 뜻은 없다. 우리들을 모이게 한 것은 "촌닭끼지 모여서
논다"는 동향의식에다 어린 시절 함께 학교를 다녔다는 것 뿐이다. 도회
에서 부비대며 살아가지만 고향에 두고온 솔바람이 쉴새없이 모두를
그리로 내몰았을 것이다. 우리는 충청도 산골 재천에서 태어났다. 또한
모임에 나오는 사내들에게는 말못하는 아픔이 있다. 우리 또래가 모시고
사는 여자들이라면 이미 교회의 식구가 되었거나 아니면 반은 비구니가 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여자들을 모처럼 한 자리에 모았다. 젊고 예쁘던 시절의 여자들이
아닌, 초로의 여자들이 늙어가는 것을 보며 고소해 하고 싶어서였는가,
아니면 짐짓 하루 저녁식사에 부부동반함으로 근력없음을 면피하려는
것인가. 이것이 늙어가는 자들의 모임이다. 우리는 10여년 이상을 이렇게
모였다. 내가 몇차례 반란을 일으킨 적은 있으나 대체로 별 일없이 잘
지내오고 있다.

나의 반란은 늙어가는 것에 대한 저항이다. 나는 테니스와 골프를 치고,
여전히 술을 마시고, 한 자리에 모인 친구의 마누라에게 슬쩍 곁눈질도
한다. 근엄한 친구들은 음험한 생각은 하지 않으리라. 내가 느끼는 애증이
바로 여기에 있다. 저 녀석들은 아직 동심으로 돌아갈 만큼 늙지 않았구나.
그러고 보니 내가 가장 늙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