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제전격실시의 파장은 특히 사채업계를 강타,서울 명동과 강남일대의
대부분 사채업소들이 실명제실시 첫날인 13일부터 정상적인 영업이 마비
되는 사태에 빠졌다. 사채자금을 대온 거액 전주들이 당분간 사태를 관망
하는 쪽으로 돌아서면서 이날 아침부터 자금회전이 사실상 중단됐다.

명동의 대형사채업소인 D사 사채딜러 L씨는 "명동일대에서 영업중인 2백여
업소들 대부분이 당분간 정상적인 영업보다는 사태를 지켜보자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상태"라며 "특히 일부 사채시장의 큰 손들은 실명제의
기습실시설이 나돈 지난 6월이후 상당부분의 은닉재산을 정리,해외로 빠져
나가는등 잠적을 시작한 상태여서 당분간 사채시장이 제모습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사채업계에서는 최근 2개월남짓사이에 전주들이 은행 증권등 제도금융권에
은닉해두고 있다가 실명제를 예상, 빼내간 자금이 적게는 7천억원에서
많게는 1조원이상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중 일부 큰 손들은
"지금 정권에서는 해먹기 힘들게됐다. 한 5년간 외국에 나가 있겠다"며
금융자산을 정리, 주변 친지등에게 부동산을 담보로 저리대출해준뒤 잇따라
잠적해왔다는것. 이같은 큰 손들의 명동사채시장 이탈은 이날부터 전격
실시된 금융실명제 실시로 영영 되돌아오기 힘들지도 모르게 됐다.

사채업계에서는 이같은 전주들의 대거이탈로 그동안 급전을 대온 중소기업
들에 대한 대출회수등 자구조치에 나서기 시작했다. 강남사채업소 S사의
K씨는 "올초이래 계속된 시중자금여유로 대기업고객이 급격히 이탈,
중소우량기업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대출세일에 나서 이들에 자금을
대줘왔으나 전주와의 연결이 끊기게 돼 대출금을 선별 회수하지 않을수
없게됐다"며 "일부의 경우는 신용금고등을 끼고 대출해왔기 때문에
해당금고의 연쇄부실등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들 업소의 경우는 어음할인방식으로 금융기관을 끼고 영업해온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세칭 "나까마"로 불리는 전문채권할인사채업소나 부동산담보
소액가계대출 전문업소등에도 한파가 불어닥치기는 마찬가지이다.
공직자재산등록등과 맞물려 만기20년짜리 2종국민채수요가 한때 크게
일면서 성업해온 채권중개업소들도 금융거래의 전면실명화 조치에 따라
사실상 영업이 마비상태에 빠지게됐다.

신용금고업계가 입는 타격도 사채업계에 못지않다. 금고들의 수신자금중
절반이상이 가명이나 차명계좌로 돼있어 이들자금의 처리가 당장 발등의
불이 되게됐다. 특히 금고예금의 절반이상을 차지하고있는 세금우대예금은
한도가 계좌당 1천2백만원으로 돼있어 거액예금자들이 무단으로 남의
이름을 도용, 차명계좌로 수십개의 계좌를 갖고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실명화과정에서 적지않은 혼란이 예상된다는 것. 당장 신규수신이
어렵게된 것은 물론 비실명계좌가 실명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불안을
느끼는 일부 예금자들의 인출사태가 이날부터 일어나기 시작, 자금부족사태
를 빚게된 J, S금고등 서울지역 일부금고는 이날부터 당분간 신규대출을
중단하는 긴급조치를 취했다.

<이학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