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실명제에 따른 여파는 단순히 금융거래관행의 변화에 그치지 않고
경제전반에 적지않은 충격파를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거래방식뿐
아니라 자금흐름은 물론 경제행동양식 자체가 달라질수 밖에 없는 탓이다.

어떤 형태로 그 영향이 가시화될지 좀더 지켜보아야 하겠으나 대체로
단기적으로는 전반적인 성장을 포함한 실물경제의 위축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자금력이 취약한 중소기업들의 자금난이
다소 가중될수 있는데다 금리와 물가상승등에 따른 투자부진이 예상되는
탓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성장을 촉진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이라는게 중론이다. 안정과 성장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 할수 있는
불확실성이 제거되는데다 자금의 흐름이 건전해져 경제역량이 생산활동에
집중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우선 단기적으로는 전환기적인 충격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의 긴급명령권 발동 발표뒤 이경식 부총리겸 경제기획원장관도
기자회견에서 "일시적인 충격은 있으리라고 생각한다"고 시인했다.

그중에서도 성장회복이 다소 더디어지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가장 먼저
제기되고있다. 사채시장에 적잖게 의존하는 중소기업들은 자금사정이
빠듯해지고 대기업들은 공격적 경영보다 소극적인 입장을 견지할 가능성이
높은 탓이다. 기업의 설비자금에 대해서는 금융권의 자금을 최대한 공급
토록 한다는게 정부의 방침이지만 자금이탈이 가속화될 경우 은행등의
공급여력도 제한받을수 밖에 없는게 사실이다.

자금사정이 경색되지 않더라도 투자활동자체가 주춤해질 가능성도
없지않다.

당장은 시장여건 변화의 동향을 파악하는데 주력하고 경영방침 결정은
뒤로 미룰 공산이 있는 탓이다.

또 소비측면에서도 역시 성장에는 일단 악재로 작용할 소지가 짙다.
소득원이 드러나지 않는 음성자금은 소유의식이 희박해 흥청망청 써버리게
마련이지만 자금흐름이 백일하에 드러날 경우 아무래도 소비성향이 절제될
수 밖에 없는 탓이다.

결국 주춤거리게 될 투자와 중소기업의 자금난, 둔화될 수 밖에 없는
소비등이 상승작용을 하며 그렇지않아도 지체되고 있는 경제회복을 더욱
더디게 할수 있다는 결론이 가능해 진다. 경제계에서는 이로인해 올
경제성장률이 정부전망치(6.0%)에 못미칠 뿐아니라 5%수준미만으로 낮아질
것이라는 민간경제연구소들의 우려가 현실로 대두될 공산이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거시경제 변수쪽에서 보면 성장둔화와 함께 물가상승과 금리상승도
예상되고 있다. 어느정도는 예금이 인출될수밖에 없는데다 일시적인
자금거래동결로 공급능력이 제약되기 때문에 추가적인 보완책이 없이는
금리는 상승세를 탈수밖에 없다는게 금융계의 인식이다.

더군다나 빠져나간 음성자금이 실물거래로 몰릴수 있고 자금난해소와
금리상승억제를 위해 돈을 풀경우 물가는 자극받을수 밖에 없다.

이같은 상황을 요약하면 이번 금융실명제 전격실시는 경제쪽에서만 보면
단기적으로는 전반적인 악화를 예상하는게 무리가 아니다. 그러나 양적인
위축의 저변에서 질적구조개선이 진행되면서 장기적으로는 성장잠재력이
더욱 빠른 속도로 축적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우선은 금융흐름이 건전해져 생산과 투자에 대한 자금유입이 가속화된다
는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일단은 음성자금이 이탈되겠지만 결국은
제도금융권으로 환류되면서 다시 저축률이 높아지고 이 자금이 투자재원
으로 활용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과거와 같이 기업들이 비자금을 조성할
수도 없고 조성할 이유도 없어지면 기업자체의 내부유보여력도 늘어날수
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기업의 자금력뿐 아니라 자금조달비용이 낮아지는 효과도
기대해 볼수있다.

또 근로자측에서도 불로소득에 대한 사회적 불만을 불식케 돼 근로의욕이
살아나고 근검절약정신이 제고될수 있다. 경제주체들이 제각기 자기역할에
충실해지는 전기를 맞게 된다는 얘기다.

따라서 금융실명제 도입은 단기적인 부작용을 극소화하면서 긍정적
기대효과를 앞당겨 정착시키는데에 성패가 달려있다고 할수있다. 이를위해
제조업등 성장주도 부문에 대한 지원을 극대화하는 보완책이 필요하다는게
경제계의 지적이다.

특히 역사에 없는 혁명적인 변화를 맞게된 만큼 경제운용계획 자체를
전반적으로 재점검할 필요가 높다는게 중론이다.

<정만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