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최완수특파원]전세계적으로 하루에도 수천가지씩 신상품이 쏟
아진다. 그러나 이들 신상품 모두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중 거
의 대부분은 판매대에 잠깐 모습을 드러낼 뿐 곧 사라진다. 이는 개발
기업에게 커다란 타격을 안겨주기도 한다. 개발 제품이 실패하는 이유
는 무엇인가. 또 이를 극복하는 길은 없는가. 미국의 경제주간지인
비즈니스 위크는 8월 16일자에서 이에 대한 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
내용을 소개한다.
<미국 비즈니스 위크지 보도>

시카고의 경영자문기관인 쿠즈마스키사는 최근 조사한 자료에서 미국의
신제품중 5년이후까지 살아남는 제품은 전체의 56%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신제품중 거의 절반이상이 5년을 못견디고 상품진열대에서 사라진 셈이다.
쿠즈마스키사는 또 신제품중 상업화 성공률은 약8%에 그친다고 분석했다.

왜 이처럼 신제품 성공률이 낮은가. 실패 사례를 살펴보면 그 이유를
대략 알수있다.

첫째 신제품 개발이 소비자의 요구에 따른 것이 아니라 경영자의
필요에따라 시작됐다는 점이다.

애플컴퓨터사가 개발한 데스크톱 컴퓨터인 "넥스트"는 그 대표적인 사례.

애플사는 약2억달러를 투자,지난해 데스크톱 컴퓨터를 개발했으나 올2월
생산을 중지했다.

이 컴퓨터 실패의 가장 커다란 이유는 소비자들의 취향을 무시하고
광디스크 드라이브 대신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이 컴퓨터는 일반 PC(개인용 컴퓨터)와의 호환성이 없어
소비자들로 부터 외면당했다. 이같은 소비자들의 욕구에도 불구하고
스티브 사장은 넥스트 컴퓨터가 최상의 데스크톱이라고 우겼다. 그의
완고한 개발의지가 넥스트 실패를 자초한 것이다.

둘째 제품의 품질과 시판 가격이 균형적으로 결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제너럴 모터스(GM)가 지난87년 선보인 고급 승용차인 캐딜락 알란테는
시판가격을 5만4천달러로 결정했다. BMW나 벤츠의 동급 고급승용차보다
가격을 대폭 낮춤으로써 판매대상을 젊은이나 학생에까지 확대한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알란테 자동차는 이러한 파격적인 낮은 가격정책때문에 실패하고
말았다. 고급승용차가 갖추어야할 기본적인 품질요소를 빠뜨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출력이 1백70마력으로 너무 낮았다. 소음이 컸고 차체가
조잡했다.

가격을 지나치게 의식,상품의 질을 소홀히 했던 것이다.

세째 신상품의 유통을 기존의 판매망을 이용함으로써 판매 전략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소비재 생산업체인 BIC사는 지난89년 향수를 개발,시판에 들어갔으나
1천1백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한채 90년 생산을 중단해야 했다.

BIC의 문제는 향수 유통을 기존의 판매망인 슈퍼마켓과 약국에 의존했다는
점이다. 향수는 당연히 화장품 가게에 공급해야 한다. 어떤 여자도
향수를 사기위해 약국으로 가지는 않는다. 더군다나 BIC향수 용기가 마치
라이터 처럼생겨 이 제품을 모르는 사람들은 슈퍼마켓에서 라이터로
오인하고 사가기도 했다.

다섯째 기존제품과의 차별화에 실패했다는 점이다.

지난89년부터 미국의 맥주업체들은 "드라이"맥주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초기에 다소 많이 팔리던 드라이 맥주는 시간이 지나면서 판매율이
줄어 지금은 전체 맥주판매액의 2% 밖에 차지하지 않는다. 기존 맥주와
맛의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맥주회사들이 값을 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드라이 맥주를 만들었을 뿐이라며 이를 외면하고있다.

물론 신제품 개발에서 한번 실패는 "병가지 상사"라고도 할수 있다.
그러나 신제품 개발에는 어마어마한 투자가 따른다는 점에서 가급적이면
실패를 피하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신제품의 성패여부는 개발과정에서 이미 결정된다고 할수 있다. 따라서
개발과정에 다음과 같은 사항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첫째 모든 개발 과정에서 소비자들에게 자문을 구하라.

경영층이나 연구개발팀의 독자적인 판단에 의해 제품개발을 시작하면
시장에서 소외되고 만다.

둘째 보다 실질적인 목표를 세우라.

시장조사 결과 2천만달러가 팔릴것으로 예상됐음에도 4천만달러 어치의
생산 규모를 갖추게 되면 실패하기 십상이다. 실제로 4천만달러가 팔리게
되면 그때가서 설비를 확장하면 된다.

세째 연구개발 과정에 연구개발팀 마케팅팀 제조팀등 관련된 모든 분야를
참석시켜라. 좋은 제품이라도 마케팅이나 제조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신상품이 실패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네째 연구개발의 각 단계에서 제품의 성공여부를 점검하라. 매 단계 마다
제품의 제조능력 소비자의 취향 예산의 뒷받침 여부를 재 조사해야 한다.
이 과정이 결여되면 최종 제품이 당초의 계획과 다른 방향으로 나타날수
있다.

다섯째 초기의 판매 상황을 지나치게 의식하지 말라. 초기에는
호기심으로 잘 팔릴수도 있고 인식도가 낮아 안팔릴 수도 있다. 장기적인
시장조사가 필요하다.

여섯째 연구개발 과정을 항상 메모하라. 개발된 제품이 실패한다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다. 더 중요한 것은 실패 경험을 다음 제품개발에 응용할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메모를 점검하다 보면 실패 요인이 의외로 쉽게
발견될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