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PGA(프로골프협회)투어는 1년 내내 열리는데 세계 최고수준 골퍼들의
경연답게 주말마다 명승부가 펼쳐진다. 그런 프로에 비하면 주니어
아마추어 골프대회는 아직 재미도 덜하며 기량도 한수 아래지만 미래의
프로를 미리 본다는 측면에서,또 가끔은 프로에 버금가는 흥미진진한
경기를 펼쳐 팬들의 관심을 사로잡는다.

지난달 27~31일 열린 제46회 미국 주니어 아마추어 선수권대회는 연장전
까지 가는 박진감있는 승부가 있었고,대회사상 최초로 3연패를 달성한 기록
이 나왔다.

주인공은 미주니어골프계를 휩쓸고 있는 엘드릭 타이거 우드(17). 우드는
특히 한국인 테드 오(16.오태근)와 숙명의 라이벌로 이번대회 준결승
(홀매치)에서 테드 오를 4-3으로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우드는 미오리건주 포틀랜드 웨이벌리CC(파70)에서 벌어진 대회 결승에서
리얀 아머(16)와 맞붙었다.

작년 이대회 8강전에서 우드에게 8-6으로 진바있는 아머는 1년전의 패배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듯 9번홀에서 버디를 잡아 우드와 동률을 이룬뒤 16번
홀까지 2홀 앞서나갔다. 17,18번 두홀을 남기고 아머가 2홀 앞서 있으니,
우드가 그 두홀에서 모두 승리를 거두지 않는 이상 아머의 우승은 확정되는
듯 했다.

그러나 대회2연패의 관록이 있는 우드는 17번홀(파4.4백32야드)에서 9번
아이언으로 핀옆 2.4m에 볼을 어프로치 한뒤 버디를 잡아 마지막홀로 승부
를 넘겼다. 18번홀(파5.5백78야드)에서 우드는 드라이버샷을 3백야드이상
날려놓고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었으나 다음순간 아머가 롱아이언을 꺼내는
것을 보고 표정이 굳어졌다. 아머가 "파 작전"으로 나간다는 것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우드는 아머가 파작전으로 나온이상 그홀에서 꼭 버디를 낚아야 한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러나 쉽지 않았다. 3번아이언으로 친 세컨드샷이
페이드가 걸리면서 그린전방 40야드지점의 벙커에 들어가 버렸다. 아머가
경기후 "우드가 기껏해야 파온이나 하면 다행이라고 생각했었다"고 말할
정도로 상황은 우드에게 불리했다.

그런데 우드는 그 벙커샷을 믿을수 없을 만큼 핀 3m거리에 접근시켰다.
아머는 탭인파를 잡아 경기를 마친 상태였고,우드는 버디퍼팅을 성공해야
연장전이라도 바라볼수 있는 상황이었다. 우드는 결국 그 버디퍼팅을
극적으로 성공,연장전에 돌입했다. 이렇게 되니 상황은 우드쪽으로 일변
했다.

연장전이 벌어진 1번홀(파4.3백33야드)은 우드가 이날 오와의 준결승,
그리고 결승을 벌일때 두번 모두 보기를 범한 홀이었다. 우드는 아이언티샷
을 거쳐 어프로치한 볼이 홀컵6m거리에 떨어졌고,아머는 투온했지만 핀과는
18m나 떨어졌다. 아머는 18번홀에서의 여진이 가시지 않은듯 3퍼트로 무너
졌고,우드는 2퍼트로 파를 잡아 대역전승을 거두었다.

지난91년 15세때 흑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이대회 챔피언에 오른 우드는
지난해에도 우승,첫 2연패에 성공했는데 그 두번 모두 역전승이었다. 이번
우승으로 그는 대회사상 최초로 3연패를 달성했고 세번 모두를 역전 우승
하는 집념을 보여주었다.

우드는 이번대회 준결승에서 라이벌 테드 오와 맞붙어 4-3,즉 16.17.18번
세홀을 남기고 4홀을 이겨 경기를 비교적 쉽게 마무리하고 결승에 올랐다.

그러나 이번대회에서는 테드 오가 졌지만 테드 오는 우드의 기록을 하나씩
깨나가고 있다. 지난해 우드가 LA오픈에 최연소로 출전해 화제가 됐는데
올해 테드 오가 그 기록을 깼고, 적도 1타 앞섰다. 또 테드 오는 주니어
로서 대회사상 두번째 어린 나이로 지난7월 US오픈에 출전하기도 했다.

한국인 최초로 미국 남자프로골프무대에 데뷔한다는 꿈을 갖고 있는 테드
오와 명실공히 미주니어골프계의 1인자 타이거 우드의 필드대결이 한국골프
팬들에게도 흥미를 돋우고 있다.

<김경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