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자

요즈음 우리는 제품의 경쟁력 또는 국제경쟁력이란 말을 많이 듣고 있다.
기업들 또한 국내외 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여러가지
방안을 모색, 이를 실천해 오고 있다.

그러나 제품의 경쟁력은 결코 하루아침에 이룩될수 없다는데 그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반드시 장.단기 경쟁력 향상 계획을 세워 이를 확실히
수행해 나갈때만이 경쟁에서 살아 남을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기업에서 추진하고 있는 경쟁력 확보방안을 살펴보면
신기술 개발투자, 연구개발투자, 국내외 사원연수, 퇴직한 외국기술자초빙,
생산직 사원재훈련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경쟁력 향상
방안이 있음에도 아직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수 없다. 한 예를들면 기업내
5~10년 경력 초급간부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는것 같다.

지금도 기업내 초급 중견간부에게 승진이나 보직을 부여할때 영어(때로
일본어)상식 전공논문등의 필기시험 성적과 직장연수 성적등을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고 있다. 물론 필기 시험성적에다 근무평점을 가산한 점수를
승진 보직배치 기준으로 삼으면 겉으로는 가장 합리적인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시장경쟁 관계는 지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인간적 측면에서도
원만함을 갖춘 교양인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가장 정력적으로 일할수
있는 20대후반에서 30대까지의 초급.중견 간부들이 이러한 시험에 합격
하기 위해 시간과 정력을 쏟는다는 것은 개인의 체력 낭비는 물론 국력의
허비라고 할수 있다.

직장내 초급간부들이 승진 또는 보직배치시험에 쫓겨 정신적 감성적
이성적 정서를 함양할 시간도 없다는 점을 무엇으로 메울 것인가. 음악과
미술, 체육과 취미생활에 문외한인 간부가 활기찬 직장생활과 나아가
외국인과의 무역상담을 성공시킬수 있을까. 직장동료나 부하 친구와
가족들과 대화할 시간도,또 마음놓고 교양도서 한권 읽을 여유도 못가진
사람이 상담을 잘 진행할수 있을까. 인간의 경쟁심을 타율적으로 부추기는
이러한 승진배치 시험은 자칫하면 초급간부를 정신적 육체적 감성적인
측면에서 흠집있는 인간으로 만들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럼에도
최근의 구직난을 배경으로, 또 상위직의 수요공급 불일치에 편승하여
조직내 승진배치시험 관문이 더 늘어날것 같아 실로 우려된다. 입사후
수차례나 치러야되는 이러한 시험은 장기적 관점에서 엄격히 제한되어야
하며 또 필요시 그 과목 수도 최소화되어야 할 것이다. 다시말해 상위직
간부로의 승진및 보직배치 시험은 개인간 시험성적 경쟁보다 창의력을
바탕으로 한 방식으로 바뀌어야 된다는 의미이다. 즉 조직내 근무자들
끼리의 지적능력경쟁보다 정신적 윤리적 감성적 측면에서 원만하고도
상식이 풍부한 일반교양인으로서의 창의력경쟁이 조직의 장래를 위해서
훨씬 나은 방법일 것이다. 영어성적 95점보다 교양도서 100권을 읽은
사람이 더 높은 평가를 받는 사회가 되어야 경쟁력을 제대로 발휘할
방안이 제시될수 있다.

그러므로 조직내에서 가장 정력적으로, 또 활기차게 일할수 있는
초급.중견간부들을 시험의 관문으로 부터 해방시키자. 그리고 그들의
창의력을 고양시킬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자. 비록 이 방법이
기술개발 투자나 연구개발 투자에 비해 성과가 더디게 나타날지는 몰라도
그 효과는 기대 이상일 것으로 확신한다. 학교 우등생이 사회 우등생이
못된다는 얘기도 깊이 되새겨 볼 일이다. 또한 신상품 신생산방식에 대한
아이디어 제안자나 신제품 개발자에게 정부나 기업에서 올림픽 메달획득자
이상의 보상을 줄때 경쟁력확보의 어려움은 상당부분 자동해소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