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제"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출범당시의 장미빛 슬로건에 비해 도무지 효험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불평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다. 민간경제계에선 올 성장률이
새정부의 당초기대에 크게 못미쳐 5%선도 힘겨우리라는 성급한 비관론
마저 제기하고 있다.

신경제를 보는 이런 우려일색의 시각에 가장 민감한 곳은 역시 출범
5개월을 갓 넘긴 문민정부의 경제팀이다. 청와대 경제비서실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박재윤수석이 이끄는 경제비서실은 신경제를 사실상 입안하고
주도해 왔다는 점에서 더더욱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 신경제에 대한 여론 악화와 관련, 청와대비서실은 다음 몇가지
점에서 그원인을 찾고 있다.

우선 경기회복추세가 역시 기대만큼 빠르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 1.4분기 우리경제성장률은 3.3%였다. 2.4분기에는 4.5%로 조금
나아졌다. 그러나 이같은 성장률은 경제팀이 당초 예측한 연평균 6%선에
훨씬 못미치는 수준이다.

이정도의 성장률은 오랫동안 10%선의 고속성장에 익숙해진 일반
국민들에겐 심각한 저성장, 또는 불황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비서실관계자들의 솔직한 설명이다.

거품이 빠지는 과정의 후유증이 비관론확산에 한몫을 하고있다는 분석도
있다. 문민정부 출범후 부정부패 척결 노력이 확산되며 시중의 블랙머니
흐름이 거의 차단되고 있다. 이로인해 개인의 호주머니사정이 가벼워졌고
"상대적 빈곤의식"이 팽배하고 그 여파는 음식점 택시등 각종 업소의
불황으로 이어져 신경제 비판그룹을 양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런가하면 청와대 밖에서는 이런 시각도 있다.

김영삼정부의 강력한 개혁정책에대해 불만을 갖고있는 세력들이
경제문제를 집중공격 대상으로 삼고있다는 분석이 그것이다. 다시말해
국민적 지지를 얻고있는 개혁 자체에 시비를 걸수없기 때문에 회복세가
가시화되지 않고 있는 경제에 불평을 집중하고 있다는 얘기다.

<>. 그러면 청와대 경제비서실은 현경제상황을 여전히 낙관적으로만
보고있을까.

그렇지는 않다.

엄격히 말하자면 낙관도 비관도 아닌것 같다. 박재윤수석은 "현재까지의
경제상황이 기대에 미흡하다는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그러나 분명 사정은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수석은 또 "지난해 4/4분기 성장률이 2.8%로 최악의 상태였음을
감안하면 올들어서 성장지표는 분명 개선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경제는 이제 겨우 출발 단계인데 벌써부터 ''성공''이니 ''실패''를
가리려는것 자체가 난센스"라고도 말했다.

이대목에서는 김영삼대통령의 생각도 마찬가지인것 같다.

김대통령은 그동안 경제장관회의주재 기업인접견등의 기회를 통해
여러차례에 걸쳐 "경제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해
왔다.

최근 어느신문과 가진 회견에서는 "내년쯤에는 경제회복이 가시화될수
있을것"이라고도 말했다. 이는 곧 김대통령 스스로 경제의 특수성이 어느
일순간 좋아지고 나빠질수 있는 성질이 아니라는 점을 깊이 인식하고
있음을 나타낸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경제비서실은 신경제팀이 당초 제시한 올해경제성장전망치
"6%이상"의 달성 가능성에는 다소 신중한 반응이다. 6%선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을 달성하자면 3/4분기 4/4분기중 7%이상의 높은 성장을
계속해야하는데 현여건으로는 장담만 할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비서관은 "경제의 회복무드에 찬물을 끼얹은 노사문제가 조속히
매듭되고 정부의 규제완화조치가 효과를 나타내기 시작하면 올해 성장목표
달성에 큰 무리는 없을것"이라면서도 "국제경기동향등 워낙 변수가 많아
단정적으로 이야기할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런 불투명한 주변상황을 감안, 청와대비서실은 지금 하반기
경제활성화를위한 나름대로의 묘책 짜기에 분주하다.

박재윤수석은 올연말까지 <>통화정책에 신축성을 기하고 <>정부의
재정지출을 원활하게 하며 <>기업의 투자및 생산애로요인을 미시적으로
해결해 경제회복을 북돋울 생각"이라고 밝혔다.

"신축적인 통화정책"의 내용을 묻는 질문에 박수석은 "연간 목표는 지키되
월별로는 융통성있게 대처한다고는 뜻"이라며 "총통화(M2)도 지표에만
집착하지않고 금리등 제반현상을 종합적으로 감안할것"이라 덧붙였다.

재정지출의경우 "하반기중에도 경기회복에 보탬이되는 부문은
조기집행할것을 경제부처와 협의중"이라고 설명했다.

지난7월2일 "신경제5개년계획"이 확정발표된후 청와대내에서도
"하드워킹"부서로 소문난 경제비서실은 한동안 평온상태를 찾은듯했다.
그러나 5개년계획 출범1개월만에 다시 비상근무체제로 되돌아갔다.

박재윤수석이 이달초 2박3일의 짧은 휴가기간중에도 서울워커힐호텔을
피서지로 정해 밤낮으로 업무를 챙긴것은 그 단적인 예이다. 그만큼 이
여름날 청와대 경제비서실은 힘겹고, 또 고독한 순간순간을 보내고 있다.

<김기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