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위기를 먹고사는 "환투기꾼"들에게 8월의 바캉스가 안중에 있을리
없다. 지난주 유럽을 강타한 "통화태풍"은 프랑스 프랑화를 집중공략,독일
마르크와의 연결고리를 크게 망가뜨렸다. 작년 9월"태풍"때는 외각에
매달려 있던 영국의 파운드와 이탈리아의 리라가 잽싸게 떨어져 나갔다.

프랑스와 독일 두 중앙은행이 매물로 쏟아지는 프랑화를 수백억달러어치나
사들였지만 역부족,프랑화가치는 마르크와의 변동허용폭 2. 25%의
"터널"을 크게 벗어나 곤두박질했다. 응급처치로 변동폭을 15%까지 늘려
프랑화가 "터널"을 벗어나는 형국은 막았지만 "터널"폭의 대폭확대로
유럽통화체제(EMS)는 사실상 붕괴의 길로 들어섰다.

작년 "태풍"때도 프랑화는 집요한 공략을 받았다. 유럽통합조약에 대한
프랑스 국민투표 직전 반대여론을 조장하기 위한 위기조성의 측면도
없지않았다. 불.독합동개입작전으로 위기를 넘기고 난 후 "앵글로-
아메리칸의 통화음모"설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미국이 현행 달러체제
고수를 위해 전통 맹방 영국과 짜고 유럽단일통화의 등장을 방해할
목적으로 위기를 부추긴다는 이론 이다. 독.불양국 고위관리들이 그
개연성에 주목하고 자크 들로르 EC총재는 "음모의 존재를 확인도 부인도
않으며 그 증거 또한 전혀 배제할 수 없다"고 공언을 서슴지 않았다.

뉴욕 월가의 외환거래자들은 유럽단일통화가 실현될 경우 큰 시장을 잃게
돼 기회있을때마다 약세통화를 공략,통합을 훼방놓는 입장이다. 이번
태풍을 놓고 네덜란드의 라스무센총리는 "투기꾼들이 프랑스와 독일을 결국
갈라놓고 말았다"고 개탄했다. 작년"태풍"때 10억달러를 번 월가의 귀재
조지 소토씨는 "EMS의 붕괴를 원치않아 이번에는 투기를 삼갔다. 그러나
통화간에 유동화및 그 변동폭이 확대되어야 한다"며 은근히 충고조다.

프랑스가 불황속에서 독일의 "정책적 자비"에 매달려 있는데 반해 작년
"태풍"때 떨어져나간 영국은 금리인하등 독자적인 부양조치로 성장세로
돌아섰다. "미.영음모"는 현재로서는 "글쎄"의 단계지만 무심코 신발 끈을
고쳐 맨 행동이 오해를 살수 있는 소지는 도처에 널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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