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우처가 뭐냐. 종이쪽지로 애들 과자봉지라도 사주겠나"
이런 냉소를 받으며 러시아국영기업 사유화가 지난해 10월1일 시작됐다.
1억4천7백만장의 주식매입증서가 발행돼 모든 러시아인들에게 한장씩
무상으로 배포됐다.

바우처액면은 1만루블. 추바이스 사유화위원장은 바우처가격이 적어도
액면의 2~3배는 오를 것이라고 공언했으나 기대는 빗나갔다. 10월
첫주들어 액면의 20%가 할인되면서 거래됐다. 해를 넘긴 지난 5월에는
급기야 4천루블선을 헤맸다.

이 시기에 세계적인 "굼"백화점이 주식경매를 시작했다. 이어
"질"자동차가 뛰어들었고 블라디미르 트랙터공장이 개인주주를 모집했다.
모두 러시아산업의 핵심기업 들이다. 주식의 인기가 살아났다.
바우처가격도 속등세로 돌아섰다. 6월엔 8천루블을 돌파했고 7월 둘째주엔
액면 1만루블을 넘어섰다. 요즘에는 위조 바우처가 등장할 정도다.

최근 실시된 코스모스호텔과 카미스사(러시아 최대트럭회사)의 주식경매는
공전의 히트를 쳤다.

이들기업의 경매가 실시된 모스크바엑스포센터의 제1전시관은 연일
중개상과 투자자들이 몰려 수천평의 공간에 발디딜 틈이없다.

옐친대통령이 개혁을 시작할때 전체 국영기업수는 약30만개. 이중
24만5천개사가 사유화대상기업으로 선정됐다.

6월말 현재 27.9% 6만8천3백87개사가 사유화됐다. 특히 거대국영기업
2만2천개의 12%에 해당하는 2천6백21개가 7월말까지 사유화 됐다.

러시아정부 고문인 미하버드대학의 안드레이 시레이프교수는 사유화
실적과 관련,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사유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이는
엄청난 성공"이라고 평가했다. 도소매 식품 식당등 상점은 5만6백62개로
대상의 54%남짓이 개인또는 종업원에게 넘어갔다.

러시아정부는 연말까지 적어도 13만개의 기업을 사유화할 계획이다.
이렇게되면 사유화율은 50%를 넘어서게 된다.

사유화의 전제인 충분히 발달된 자본시장은 이제 출발단계다. 모스크바
스베르들로프스크 블라디보스토크시에는 이미 주식시장이 문을 열었다.

공개시장에서의 물량공급이 충분한 터여서 거래활성화의 여지는 아직
좁다. 그러나 주가는 높다. 연해주항만 관리사 주식은 액면
1백루블짜리가 2천5백루블에 시세가 형성되어 있다. 굼백화점은
13배, 게르메스석유개발사는 15배선의 가격이다.

사유화과정에서 가장 주목받는 곳은 투자신탁사들이다. 국민들에게
배포된 바우처를 위탁받아 사유기업의 주식에 투자한다. 정부가 운영하는
국영기금이 있고 민간업체는 모스크바의 1백50개 신탁사를 포함해
총4백개에 달하고 있다.

이들 신탁회사(일명 바우처펀드)들은 지난3월 업무개시이후 불과
3개월여만에 4천4백만장의 바우처를 위탁받았다. 전체의 30%선. 나머지는
직접투자도 있지만 투자선택을 망설이는 국민들이 아직은 많다.

사유화의 밀어붙이기가 성공은 하고있지만 논란과 반대, 투쟁은 더욱
가열되고 있다. 러시아보수의회는 총주식의 29%이상을 의무매각토록한
옐친의 포고령을 헌법재판소로 끌고가 시비를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바우처의 유통을 제한하고 사유화위원회의 활동을 무력화시키는
결의안을 채택해 사유화전선에 일대 충격을 안겼다. 옐친은
의무매각비율을 오히려 60%로 끌어올리는 포고령을 발표하면서 역공에
나섰지만 승패는 미지수다.

사유화의 가장 큰 논란점은 역시 기업내부의 문제,노멘클라투라경영층들은
사유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공산주의식 경영을 고집하고 있다. 지난6월
사유화국제세미나에서 이바텐코 사유화위 부위원장도 이점을 통탄했다.

사유화기업에서 최대 현안문제는 경영권장악문제다.
노멘클라투라경영층들은 사유기업의 숫자가 늘어갈수록 보수의회쪽과 더욱
공고히 단결해가고 있다. 의회는 이들에게 경영권유지를 위한 좋은 방패가
된다. 공산당은 폐기됐지만 지배계급의 이권고수투쟁은 처절하다.

이런 상황에서는 소비에트 국영기업의 개혁은 공염불일수 밖에 없다.
사유화의 "제도개혁"은 95년까지 일단 마무리되지만 그것이 곧 자본주의식
기업의 탄생을 의미하진 않는다는데 문제의 본질이 있다. 물론
국민주방식의 사유화가 갖는 불철저성이랄까, 한계도 있다. 어떻든
역사적인 사유화투쟁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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