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현재 악성인플레의 태풍속에 있다.

충격적인 가격자유화 시행직전인 지난 91년12월 당시의 빵값은 1바톤에
20코페이카였다. (1루블은 1백코페이카)지금은 50루블선이다. 2백50배가
오른것이다.

쇠고기 하품1Kg은 2루블에서 2천5백~3천루블이 됐다. 1천5백배나 올랐다.

그러나 민중들이 모두 도탄에 빠진것은 아니다. 평균임금은 2백루블에서
4만7천루블로 2백35배 올랐다. 악순환이다.

놀라운 빈부의 격차가 생겼고 이 모든것이 혼돈의 러시아를 구성하고
있다. 러시아라는 혼돈의 바다에 거대한 인플레 해일이 덮치고 있다.
지난해 공식 인플레율은 2천7백%,올들어6월말현재까지 다시 3백44%다.

인플레의 진행과 더불어 돈값은 영락하는 신세가 됐다. 91년말당시
최고액권은 1천루블권. 지금은 5만루블권이다. 당시 2백루블권만
내밀어도 "돈자랑하네"하는 질시를 받았었다. 지난 7월의 화폐교환조치로
1백,2백루블권은 이젠 최소액권이 되고말았다.

반사적으로 현금통화총액은 엄청나게 늘었다. 92년초 1천7백50억루블이던
현금은 6월말현재 6조루블이다. 그러고도 명목재화총액의 증가를 따라잡지
못해 심각한 현금부족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중앙은행의 발표로도 현금부족률은 60%를 웃돈다. 현금이 없는만큼
결제의 위기가 필연적이다. 전러시아산업연맹 볼스키회장의 발표로는
기업간 상호부채는 약8조루블이다.

돈은 결제및 가치저장수단이다. 루블은 이 양대기능에서 모두 실패하고
있다. 결국 루블문제는 러시아 경제의 최대 아킬레스건이요,정치혼란의
성감대가 됐다. 실물및 생산중시의 보수산업계 동맹과 화폐중시
개혁정부의 충돌은 필연적이다. 지난연말 개혁1기내각의 가이다르총리가
실각한 것도 초긴축에 대한 광범위한 반격이 집중됐기때문이다.

그래서 정부와 의회간의 중앙은행 장악을 둘러싼(대통령자리가
아니고)권력투쟁은 말그대로 니전투구다. 미친듯한 인플레를 잡기위해
무리한 긴축을 쓰다보니 생산은 되레 파괴된다는 것이 보수동맹의
논쟁포인트다. 이유있는 논쟁이지만 러시아정치구조는 논쟁을 논쟁으로
담아내지 못하고있다. 논쟁은 곧 죽고살기식 투쟁으로 발전되고 이는 곧
정치위기로 전화된다.

이자문제는 대표적인 케이스다. 러시아 상업은행들의 평균 대출이자는
연1백90~2백%. 그나마도 대출잔액의 60%가 2개월물이다. 여기에
중앙은행은 정부의 거듭된 요구에 따라 재할인율을 두차례에 걸쳐
1백70%까지 끌어올렸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상적인 경제행위가
일어날수없다.

그렇다고 돈을 풀수도 없다. 풀린돈은 즉각 외환및 부동산투기에
동원되고 있다. 해일같은 인플레의 바다에서 달러와 부동산은 구명정이다.
저마다 달러를 구하기 위해 혈안이고 한뼘의 땅값만큼은 이미 세계적이다.

저마다 달러를 선호하면서 생긴 신조어는 달러화경제(Dollorization).
도시의 골목마다 들어선 달러환전창구는 우리나라 구멍가게숫자와 맞먹을
정도다.

길거리 과일행상까지 달러라면 "하라쇼"(OK)다. 아예 달러로만 매매하는
상점이 식당 백화점 의류점으로 유행처럼 번진다.

달러로인해 경제가 썩는 동안 대달러 환율은 1백루블선에서
1천2백루블까지 올랐었다.

개혁정부가 인플레와의 전쟁을 선포한지는 오래다. 지난5월엔 정부와
중앙은행간 협정까지맺어 재정과 금융의 양쪽에서 결사항전이 진행중이다.

그러나 이과정에서 구화폐사용금지라는 악수가 던져졌다. 이조치로
옐친의 인기는 정적루츠코이 부통령보다 낮은 22%로 곤두박질쳤다.

더구나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던 CIS체제는 붕괴의 다리를 건너고 있다.
이달들어서는 그동안 러시아의 가장큰 우군이있던 카자흐공화국까지
독자통화를 발행할 것임을 공식화했다.

13세기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던 유서깊은 루블을 지키고자하는 인플레와의
항전은 산업계와 보수파의 연합전선에 밀려 풍전등화의 신세에 놓여있다.

러시아 경제의 앞날이 인플레극복에 달렸음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모스크바 정규재 특파원 현지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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