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루이스가 제 아무리 빨리 뛴다해도 1백m에 18초나 걸리는 필자와 손을
잡고 뛴다면 14초의 기록도 내지 못할 것이다. 동반자살이 아닌 동반지연
때문이다.

똑같은 일이 팩시밀리에서도 일어난다. 필자가 제아무리 고속(A4크기
원고 한장보내는데 20초)의 팩스를 갖고 있더라도 수신자인 상대방이
저속의 팩스를 갖고 있어 A4크기 원고 한장 보내는데 80초(심할때는
1백20초)나 걸린다면 결국 송수신에 80초를 소모하는수밖에 없다.
이때는 동반지연이 아니라 동반자살형에 가까운 시간지연이 일어난다.

사실 하루에도 평균 한꼭지 이상,때로는 두꼭지 이상의 원고를 쓰고
이것을 대무분 팩스로 송고하는 필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송고에 걸리는
이 엄청난 시간지연이 너무도 아까워 자주 짜증을 낸다. 그래서 상대방
편집인이 농담을 해도 들어줄만한 친한 사이인 경우에는 "제발 그놈의
구석기시대의 팩스를 당장 쓰레기통에 내버리시오"하고 일갈한다.

그러면 상대방도 지지않고 대꾸를 한다.

"그렇게 빨리 달려서 무얼한담. 팩스로 보내는 동안만이라도 좀 푹
쉬시오"
하긴 그렇다. 그렇게 마차마처럼 쉬지도 않고 달리기만해서 어쩌잔
말인가.

그러나 송고같으면야 별문제가 없겠지만 지방에 있는 지사와 빈번한
서류송수신을 거듭하는 회사에서는 이 송수신시간 지연으로 오는
경비부담은 꽤나 크다.

예컨대 A4원고를 하루에 1백장씩 보낸다면 쪽당 80초가 걸리는 팩스같으면
8천초 걸리는데 반해 쪽당 20초밖에 안걸리는 팩스로는 4분의1인 2천초밖에
안걸린다. 서울~부산간의 경우 전화요금이 5.5초에 25원이라 잡으면 그
차액은 6천초x25원/5.5초=2만7천2백70원이나 된다. 따라서 1년(실가동일수
3백일이라 잡을때)에는 8백18만원이나 되어 고속팩스라도 4,5대는 살수있는
비용이 든다. 그래서 팩스를 많이 쓰는 회사에서는 당장 그 느린 팩스를
쓰레기통에 버리고 새로운 고속기종을 사는 쪽이 훨씬 경비절감이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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