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지하식당에서 가진
"어릴때는 꿈에 살고 나이가 들면 추억에 산다"더니 어느덧 추억을
먹고사는 나이가 되었다.

추억은 뭐니뭐니해도 어린 시절,그것도 꿈많던 학창시절이 대상이 되게
마련이다. 따라서 화제의 소재도 가장 많다. 학창시절의 친구들과
어울리다보면 추억담으로 얘기꽃이 만발하기 일쑤이다.
그중에서도 허물없는 친구라면 중학친구들이 그만이다.

중학교를 나온지 어언 50년이 넘어 홍안의 소년들이 이제는 백발이 성성한
노인들이 되었지만 모이면 "곰아" "감자야"하고 스스럼없이 옛날의 별명을
부르며 금방 개구쟁이 학창시절로 돌아간다.

그리고는 세상물정을 모르던 순박했던 중학생때의 추억담에 시간가는줄
모르고 이야기에 열을 올린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세월이 빠르다는
것을 새삼 절감하게된다.

우리중학동기(전남순천농업학교)는 54명이 졸업한것으로 기억되나 그중
절반정도가 이미 이세상을 떠나고 10여명이 서울에 살고있다. 한 두사람
부득이한 사정으로 불참하는 경우가 있기는하나 매월 정기적으로 23일에
모인다. 23일은 졸업한 날짜이다.

지금은 모두 정년퇴임해서 현역에서 물러나있지만 고등학교교장을 지낸
친구에서부터 구멍가게주인에 이르기까지 전직도 다양하다.

모임에서 이름보다는 "곰"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김학래 전백양사장,
외모때문에 "감자"로 통하는 강우섭 전광주대성여고교장,
박상렬 전노동부장관, 조일환 전성균관대교수등이 다정한 친구들이다.
중학교때 전공인 농업을 천직으로 일관한 친구는 정원수등 임업을 하는
한친구밖에 없다.

이러한 각양각색의 직업에서 화제도 자연 다양해지게 마련이다. 때로는
과거의 경험과 소신을 바탕으로 정책에 대한 비판과 우리사회전반에 걸친
시각및 평가도 해보지만 역시 즐거운 시간은 중학교때의 추억담이다.
커닝해서 기합받던일, 실습장의 과일을 따먹다 들킨일, 실습시간에
뒷산에서 놀다 벌을 서던일 등 꼬리를 물지만 끝에 마무리는 역시
언제까지나 변치않는 건강한 얼굴로 만나자는 말과 남은 여생을 무엇인가
사회에 봉사하는 일을 하자는데서 결론을 맺는다. 거창한 목표를 세우는
것도 아니다. 이해관계를 앞세우는 것은 더더구나 아니다. 만나면 좋고
좋아서 만난다. 그저 좋은 친구일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