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금리인하기대무산으로 인한 유럽외환시장의 혼란은 일본엔화와
국제금값상승등을 촉발하면서 상당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일부에서는 유럽통합의 관건인 유럽통화제도(EMS)의 붕괴가능성까지
점치고 있다. 그러나 혼란의 진원지인 독일과 프랑스 등의 관계자들은
유럽환율조정체계(ERM)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에두아르 발라뒤르 프랑스총리는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 자크 드
라로시에르 중앙은행총재등과 통화위기대책을 협의한 뒤 "ERM에는 규정이
있으며 이 규정들이 잘 움직이고 있다. 그같은 규정들은 지금과 같은
통화위기상황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현체제에 대한 자신감을 표시했다.

독일의 고위관리도 "지금까지의 각국 중앙은행들의 시장개입은 시장을
안심시키기에 충분하다"면서 "폭풍이 끝나지는 않았지만 낙관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통화체계가 조속히 안정을 찾지 못한다면 유럽경제의 회생도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외환시장이 곧 안정을 되찾을 것같지도
않다. 유럽통화체계의 혼란이 되풀이되면서 EMS나 ERM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EMS는 유럽시장에서 공동화폐를 사용할 수 있도록 회원국별 화폐를 보다
밀접하게 연계시키는 것을 목표로 79년 5월13일 출범한 통화제도이다. 이
제도는 크게 4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하나는 중심기준화폐단위로써의 ECU이고 둘째는 공동규칙의 실행을 보장할
환율제도와 시장개입제도(ERM), 세째가 통화제도의 유지를 위해 어려움을
겪는회원국을 도울 지원장치와 신용제도, 즉 유럽통화기금(EMF)네째는
공동통화제도의 기초가 될 유럽통화협력기금(EMCF)등이다.

ECU는 12개회원국의 통화가 모두 국가별 경제력에 의한 가중치에 따라
참여한 바스킷으로 가치가 결정된다. 이 통화바스킷은 5년마다 재조정토록
돼 있으나 지난 89년 7월이후 아직 조정되지 않고 있다. ECU의 역할은
먼저 외환시장에서 회원국통화의 환율을 표시하는 화폐단위다. 또
회원국이 자국통화의 방어에 나서야 하는 이른바 괴리지표의 역할을 한다.
그리고 회원국들에 대한 지원과 신용의 제공수단이며 중앙은행간의
결제수단으로도 쓰인다.

ECU는 마스트리히트조약에 따라 빠르면 97년,늦어도 99년부터는
공식적으로 EC의 유일한 공동화폐이자 화폐단위(에퀴)로 통용될 예정이다.
이같은 전망에 따라 EC관리들은 물론이고 일부 민간기업들도 임금을 ECU로
지급받는등 ECU의 이용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ECS의 핵심인 환율제도및 시장개입장치가 유럽환율조정체계(ERM)다.
회원국 통화간의 관계,즉 환율을 각각의 대ECU가치를 매개로 결정하는
제도다. 각국의 통화가치는 ECU로 표시되는 중심환율(pivot rate)을 기준
으로 일정변동폭(현재 상하 2.25%)내에서 유지돼야 한다. 즉 ERM은 준
고정환율제를 채택하고 있다. 이 중심환율은 회원국들의 합의에 의해서만
변동이 가능하다. EC는 작년 9월의 외환시장혼란이후 4차례 ERM환율을
변동했다.

ERM제도에서 각국의 중앙은행이 자국화폐방어를 위해 시장개입에
나서야하는 괴리지표의 한계는 변동폭의 75%다. 즉 자국화폐가
외환시장에서 중심환율보다 상하 1.875%이상 이탈하게 되면 해당중앙은행은
의무적으로 시장개입을 해야한다. 이때 중앙은행은 시장개입자금으로 우선
보유외화를 사용하고 그래도 역부족일 때는 초단기성 자금을 EMF로 부터
제한적으로 차입할수 있다. 극단적인경우 단기금리를 조정하거나 최후의
수단으로 ERM의 중심환율을 재조정하게 된다.

프랑스 프랑화는 30일 장중한때 ERM이 정한 하한선인 마르크당
3.4305프랑밑으로까지 떨어져 프랑스와 독일의 중앙은행들이 일제히
시장개입에나섰다. 그 결과 프랑스프랑화는 시장개입의무선인
3.4185마르크까지 회복됐으나 여전히 외환시장에서 주요한 투매대상이
되고 있다.

중앙은행들이 이날 자국의 화폐하락을 저지하기위해 외환시장에 쏟아부은
자금은 3백억마르크(약 1백73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프랑스중앙은행은 폐장가까이에 외화자금이 거덜나 독일중앙은행이
고군분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1일쯤 EC금융위원회가 소집돼 프랑화등 일부 약세통화에 대해
평가절하 시키는등 ERM중심환율조정을 전격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현재 ERM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EC통화는 처음부터 제외됐던 그리스
드라크마와 작년 가을에 탈퇴한 영국 파운드, 이탈리아 리라등이다.

요약하면 EMS는 유럽통화동맹(EMU)의 기본골격을 구축하고 있으며 ERM은
그러한 기본틀 속에서 역내환율변동을 억제시킴으로써 EC경제통합의 효율을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EMS는 비교적 성공작이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그러나 최근 빚어지고
있는 ERM위기상황이 악화돼 프랑스프랑화를 비롯한 약세통화들의 이탈로
이어질 경우 ERM은 붕괴될수 밖에 없다. 그럴경우 EC통화간의
고정환율제는 깨지고 국가간의 평가절상과 금리인하경쟁이 불붙게 돼 결국
회원국간 통화정책의 조화를 근간을 하고 있는 EMS까지 와해시킬 가능성도
생각하지 않을수 없다.

마스트리히트조약에 담긴 유럽경제통화동맹의 꿈이 위태로워진다는
얘기다.

<이 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