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테니스를 사랑한다.

20여년간 테니스를 하다보니 여러 동호모임을 갖게되었다.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어느 모임이건 애착이 가지않는 모임이
없다.

그중 가장 오래된 모임의 하나가 "원풍모임"이다. 70년대말,지금은
재건축 예정인 개봉동 원풍아파트에서 테니스로 만났고 그후 강남으로
이사를 온 사람들끼리 매월 부부동반으로 만나 테니스에 미쳐 지냈던
그시절을 회상하며 테니스를 하거나 연1~2회 여행을 즐기는 모임이다.

끈끈하고 소박하게 만남을 지속하고 있는 우리모임은 서로의 삶을 너무도
속속들이 잘 알고있기 때문에 테니스를 잘치고 못치는 것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항상 부부중에 여자가 총무를 맡아 모임을 알뜰하게
꾸려나가며 한달에 한번 만나 각박한 사회생활에서 여유를 찾는 계기로
삼고있다. 테니스에 관한한 뒤지기를 싫어하는 회장 곽선영(보훈병원
방사선실장.한국방사선협회장),구수회(서울신탁은행 심사부)씨와 필자는
그래도 라켓을 유행따라 성능좋은 신형으로 바꾸어 치지만 그외분들은
80년대초 사용하던 무게가 3백70 이나되는 윌슨이나 구식 헤드라켓을
아직도 사용하고있어 그시절의 향수를 더욱 자아내게하고 있다.
별명이 바이킹인 무골호인 장종수(관세사),안사람에게 꼼짝못하는 샌님
홍종민(조흥은행 인천지점장),분위기메이커인 림원호(의약품사업)씨가
그분들이다.

테니스를 꾸준히 치고있는 안사람들과의 성대결은 번번이 10년전 라켓을
쓰는 호인들이 못당하고 여자에게 승리를 안겨주는것을 보면 꾸준한 노력이
힘과 기를 이기는 무서운 결과를 가져 온다는 것을 새삼 실감케 한다.

지난해 가을 수안보여행시 남자들은 청주CC로 외도(?)를 했는데 아무
부담없이 즐겁게 라운딩을 끝내고 난 스코어가 79타로 싱글패를 받게된
즐거움 역시 바로 "원풍모임"의 푸근함때문일 것이다.

10년이 넘는 나이차가 있음에도 서로가 만나고 싶기에 테니스를 전혀하지
않는 장종수씨 부인이 빠짐없이 테니스장으로 모일수 있는것 또한 우리의
소박한 만남이 서로의 인생행로에 고락을 같이 나눌수 있는 정이 가득한
사람들의 모임인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