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그룹해체)헌법소원사건이 4년여만에 위헌결정이 내려졌다. 재판부
는 이번 위헌결정이 미칠 파장을 고려,신중에 신중을 거듭한것으로 알려
졌다. 유사사건이 하나 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재판부가 이례적으로
16절지 27장분량으로 장문의 결정문을 발표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특히 국가권력행사로 인해 국제그룹이 해체된 점을 고려,법무부장관
의 의견까지 곁들여 눈길을 었다. 결정문 요지를 간추려 싣는다.
<편집자>

*** 사건 개요 ***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의 청구인 양정모는 주식회사 국제상사를
주력기업으로 하여 20여개 회사를 계열기업으로 한 국제그룹의 창업자로서
1985년2월21일 국제그룹의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이름의 경영권
제3자인수방식의 국제그룹해체발표가 있었고 이로써 국제그룹은 해체
와해되었다. 청구인은 국제그룹해체가 공권력에 의하여 결정된 것이고
이로 인하여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받았다고 주장하면서 1989년2월27일
헌법재판소에 그 공권력의 행사가 위헌임을 들어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 위헌 확인 ***

헌법재판소는 7대1의 다수의견으로 다음과 같이 위헌확인결정하였다.
"재무부장관이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1985년2월7일에서 21일사이에 행한
국제그룹해체의 기본결정과 인수업체결정,제일은행장에 청구인의
주식처분위임장을 징구케한 지시와 자신이 만든 보도자료에 의거하여
제일은행의 이름으로 언론발표케한 지시등 국제그룹해체를 위하여 한
일련의 공권력 행사는 위헌임을 확인한다"

*** 결정 이유 ***

<>사실관계
국제그룹은 1984년말경 자금사정이 악화되어 국제그룹의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이 국제그룹의 정상화를 위하여 나름대로 대책을 강구하던중
<>김만제 전재무부장관은 1985년 2월7일 전두환 전대통령에게 1주력기업인
국제상사는 존속시키되 이를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를 처분정리하는 제1방안
2국제그룹을 전면해체하여 제3자에게 인수시키는 제2방안을 상신하였는바
대통령은 제2방안을 채택 결재함으로써 국제그룹의 전면해체와 더불어
경영권을 제3자에게 인수시키는 기본방안을 정했다.

<>재무부장관은 1985년 2월11일 경영권의 인수자를 결정함에 있어서 일응
국제상사의 신발부분은 한일합섬을,국제상사의 건설부분은
극동건설을,연합철강은 권철현을 인수자로 하는 안을 정하여 대통령에게
상신하였던바 대통령은 연합철강의 인수자를 권철현에서 동국철강으로
바꾸고 나머지는 재무부장관의 원안대로 확정시켰다. 이에따라
재무부장관은 주거래은행과는 아무런 상의없이 극도의 보안하에 직접
교섭에 나서 내정 인수업체의 대표이사등을 만나 인수자로 선정된 사실을
통고하고 그들로부터 각 수락을 받았다.

<>재무부장관은 이의 실행을 위하여 1985년2월12일 제일은행장과
은행감독원장에게 1985년2월13일부터 즉각 국제그룹계열사에 대한
은행자금관리에 착수할 것과 청구인으로부터 주거래은행 앞으로 전주식
처분위임장을 징구하라고 지시하였으며,당시 재부부장관이 위 조치를
지시하는 과정에서 국제그룹 전면해체의 전제작업이라는 취지를 알려주지
아니하여,제일은행측 담당직원들은 이를 제일은행이 마련한
자구노력지원방식으로 오해한 끝에 앞으로 제일은행으로부터 금융지원을
받는 것을 전제로 청구인측의 주식을 보관시키는 외에 이의 임의처분권도
제일은행에 위임하는 취지의 각서및 처분승낙서를 청구인으로부터 징구하여
제3자에게 인수시킬 수 있는 태세를 갖추었다.

<>1985년2월20일 비로소 재무부측은 제일은행장을 불러 국제그룹의
전면해체와 그 전날까지 교섭확정한 인수업체를 통보하고 제일은행으로
하여금 그 다음날인 2월21일에 재무부가 직접 작성 하달한 이른바
"국제그룹정상화 대책"이란 보도자료에 의거하여 주거래은행은 국제그룹을
전면해체하여 위3개 인수업체들에 인수시키기로 하며 그대로 두면
은행부실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어 불가피하다는것을 제일은행의 이름으로
발표케하여서 국제그룹해체와 제3자인수를 기정사실화 시켰다. 제일은행
관련부서의 책임자들도 언론발표후 비로소 해체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상황이 이렇게 전개됨에 은행이 자율적으로 수립하였던 전면해체
아닌 자구노력지원방식의 금융지원계획은 백지화되게 되었으며,언론발표
이후에 주거래은행은 재무부의 해체결정에 따른 실무집행을 행하였다.

<>위에서 본바 일련의 조치가 취하여지는 과정이 극비에
부쳐졌으며,그뒤에도 대통령이나 재무부장관의 개입을 계속 부인 내지
은폐하려 하였고 주거래은행으로서는 그룹전면해체나 제3자인수는
사전계획이나 준비는 물론 그에 관한 회의조차 없었던 일이고,인수업체의
선정과 교섭 처분위임장의 징구및 대언론 발표내용등 모두 대통령의
기본지시에 의한 재무부장관의 일방적 결정이었고,사후통보받은 제일은행은
대통령의 지시에 의한 재무부장관의 처사에 그저 순응하였을 뿐인
것인데,이와 같은 경위는 정권교체후인 1988년말 국회의 이른바
5공비리청문회를 거쳐 1989년 1월31일 대검찰청의 5공비리수사 발표에서
비로소 정식으로 밝혀졌다.

<>본안판단
<공권력개입의 헌법적 한계>
채권자인 은행의 은행부채회수 방법에는 1파산절차 2은행과 기업간에
계약에의한 임의관리 직원상주 파견관리 3화의법 회사정리법등 기존의
도산방지법절차 4부도처리하고 담보된 주식등을 경매에 부쳐 채무를
회수하는 방안 5은행관계규정등에 의한 경영권의 처분인수 방안
6개인주식의 매각을 주거래은행에 위임하여 재무구조의 개선과 기업자금을
조달케하는 이른바 자구노력등에 의한 정상화방안이 있다. 어느 방법에
의하건 사기업인 은행의 채권채무의 회수이니만큼 부실기업이 처한 실정에
맞추어 주거래은행이 법에 따라 자율적으로 선택처리하여야 할 사적자치의
영역이 될것이다.

헌법 제119조 제1항은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고 하여 시장경제 원리에 입각한
자유주의적 경제체제임을 천명하였고,헌법 제126조는 국방상 국민경제상
긴절한 필요로 인하여 법률이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영기업을
국유.공유로 이전하거나 그 경영을 통제.관리할수 없다고 규정하여
사영기업 경영권의 불간섭 원칙을 보다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다. 따라서
국가의 공권력이 부실기업의 정리를 위하여 그 경영권에 개입코자 한다면
적어도 법률상의 규정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고,다만 근거법률은 없지만
부실기업에 개입하는 예외적인 길은 부실기업 때문에 국가의 중대한 재정상
경제상의 위기에 처하게 되었을때에 발하는 긴급명령에 의할것이고
그것만이 합헌적인 조치가 될것이다. 다시말하면 기업활동의 자유에
공권력의 개입은 법치국가적 절차에 따라야 할 이치이므로,만일 공권력이
나서지 않으면 은행마저 부실화를 초래하고 대기업의 완전도산이 몰고 올
수많는 종업원의 실직위기등을 초래하게 되어도 법률의 규정이나 긴급명령
비상조치에 근거하여야 할 것이지,그렇지 않고 공권력자신이 법적근거없이
직접 사영기업의 처분정리는 있을수 없다. 대저 사기업인 은행의 자율에
맡기지 않고 관치금융의 기조하에 공권력의 가부장적 개입은 기업의
자생력만 마비시키는 것이며,시장경제의 원리에 적응력을 위축시킬 뿐인
것으로 기업의 경제상 자유와 창의의 존중을 기본으로 하는 헌법 제119조의
규정과는 합치될수 없는 것이다.

<이 사건 공권력의 행사가 위헌인 이유>
이 사건에서 구조적으로 그 자율성이 형해화된 제일은행은 대통령의
기본지시에 의한 재무부장관의 그룹해체 조치에 순응하였을 뿐이다.
제일은행이 주도하는 부실기업정리에 재무부장관이 행한 단순한 행정지도는
아니며 재무부장관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극비리에 이루어지면서 제일은행은
사후가공한 것에 불과하며 쌍방의 협의적조치는 결코 아니다.

살피건대 재무부장관이 이와 같은 일방적인 사영기업 해체조치를 취함에
있어 뒷받침이 될 합헌적인 법률의 규정을 찾을 길이 없는바,이러한
의미에서 이 사건 공권력의 행사는 헌법상 m법치국가적 절차를 어긴 것이며
2법에 근거하지 않은 무권한의 자의적 조치였다는 점에서 자의금지의
원칙도 위반한 것이고 3은행의 자율권을 침해한 관치금융인 것은 별론으로
하고,법적근거없이 공권력으로 경영권 인수방식의 사영기업해체를 행한
점에서 또한 개인기업의 자유와 경영권 불간섭의 원칙을 어겼다.

설사 부실기업을 그대로 방치할때에 국가 사회적 파급효과가 크다
하더라도 법의 테두리에서 문제를 해결하도록 시도하는 것이 법치행정의
원칙의 준수이며 만일 법이 없으면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 발안하여
새입법을 기다려 그에 의거해야지 그와같은 절차가 번거롭다하여 생략한채
목적만을 내세워 초법적수단에 의거하여 사영기업에 대해 공권력을
행사하는 것은 자유민주적 법치질서를 파탄하는것 밖에 되지 못한다.
민주주의는 수단내지 절차의 존중이지 목적만을 제일의로 하는것이 아니다.
적법절차가 무시되는 조치라면 추구하는 목적과 관계없이 공권력의
남용이요,자의밖에 될수 없으며 합헌화 될수없다. 법은 만민앞에
평등하다. 대통령 재무부장관,기타 어떠한 공권력도 법의 지배를 받아야
한다. 국제그룹을 전면해체하기로 한 대통령결단의 숨은 배경,경영권
인수과정에 있어서의 문제점을 살필 필요없이 이 사건 공권력의 행사가
위헌임을 선언하는 소이는 이와같은 수호되어야할 헌법적 가치질서를 보다
뚜렷이 밝히고자 함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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