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가 출범한지 벌써 6개월이 가까워 옴에도 기업의 투자의욕,
근로자의 근로의욕,심지어 공무원들의 근무의욕이 현저히 고무되고 있다는
징후는 가시화 되지 못하고있다. 기업을 위시한 개별경제주체들이 사회의
외형적 개혁분위기에 눌려 엎드려 있을뿐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투자
마인드가 형성되고 있지 못하고 있음을 토로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 혹자는
새정부의 개혁조치가 경제의 활력을 되살리는데 제약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는 불만섞인 논지를 펴기도 한다.

이제 정부의 정통성 시비를 둘러싼 국력의 낭비는 사라졌고 공직자
재산공개, 부정부패의 연결고리 차단, 5.6공하의 대형의혹에 대한 진상규명
등 권위주의적 정부시절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조치가 가시화되고있다. 더
나아가서 정부는 신경제100일계획, 신경제5개년계획등을 수립하면서
고질적인 정부규제의 완화, 금융질서를 쇄신하는등 한국경제의 성장
걸림돌을 제거하고, 경제주체의 활력을 되살리고자 노심초사하고있다.
그럼에도 정작 국민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담당하는 개별경제주체들이
활력을 찾고 심기일전하는 모습은 그다지 눈에띄지 않고있다.

새정부의 일련의 정치 경제 사회개혁 조치와 경제활력을 되찾기 위한
파격적 제도개선노력에도 불구하고 경제주체들의 쇄신된 행동양식과 활기찬
진전이 가시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는 어떤 이유에서 일까.

우선 그러한 우려자체가 개혁의 본질과 경제정책 목표를 혼동하는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개혁조치는 이미
국가발전 또는 경제개발과정에서 점진적으로 접근되었어야할 국가적
과제라고 볼수 있다. 이러한 근원적인 개혁조치는 그 자체가 궁극적인
목표로서 단기적인경제정책 목표를 위해 완급이 조정되어서는
안되며, 일관성있게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사안이다. 따라서 정부의
개혁적 조치들이 경제활력을 되살리는데 즉각적인 효과가 있을것으로
국민들에게 강조하는것 자체가 무리라고 할수있으며 아울러 무언가
경제여건의 획기적 전환을 기대하는 일부 국민들의 조급함에서도 벗어나야
하다. 특히 정부는 단기적 경제활성화 목표를 국민들에게 지나치게
강조함으로써 개혁의 본질과 경제정책목표를 혼동케 하는 우를 반복해서는
안된다.

기존의 사고방식과 유인체제를 대체하는 새로운 룰이 정착되어 효과를
발휘하기위해서는 장기적인 시간과 노력이 요구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각종 정책은 단기적인 국면전환에 집착,
무언가 가시적성과를 보이려는데 전전긍긍한 태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목도할수 있다. 이러한 상황하에서는 국민적 기대와 경제현실간의
괴리만을 부각시킬 우려가 있다.

각기 다른 이해관계로 얽혀있는 국민경제의 구성원들에게 원론적 도덕심의
발휘를 기대하고 이를 통해 경제의 구조조정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하는 듯한
정책기조나 발상들이 제시되고 있을뿐 보다 국민경제현상에 뿌리를 둔
정책개발노력은 그렇게 괄목할만하지 못하다고 볼수있다. 정부가
경제활성화를 위해 중요한 상징적 구호로 내세우고 있는 고통분담의 논리를
통해서도 이를 엿볼수 있다. 사람들이 고통속에서도 신바람을 내며 일할수
있는 것은 자신들의 미래에 대한 분명한 비전과 기대가 있을때이다.
그럼에도 미래에 대한 적극적인 비전의 제시가 없는 상태에서 국민경제
전체의 이익을 위해 고통분담을 강조하는것은 일견 상징적 의미가 엿보일뿐
개별경제주체의 적극적 경제활력을 유발함에 있어서는 미흡하다고
볼수있다. 오히려 적극적인 자신의 이익추구를 위해 일하는 과정속에서
사회전체의 이익이 실현되는 것이 자본주의 경제활동의 기본원리라는 점이
간과되어서는 안된다.

그동안 새정부의 각종 개혁조치들은 경제외적인 측면에 초점이 맞추어져
국민들의 막힌 가슴을 쓸어안아 주는데는 성공하였을지 모르나 국민들에게
신바람을 일으킬만한 동기부여 요인으로는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고 할수
있다. 사회의 부정적 요소를 제거한다고 해서 경제주체가 즉각적으로
활력을 되찾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혁조치와 경제정책의
설계가 경제주체들의 동력인자로 작용할수 있기 위해서는 우리 토양에 맞는
유연장치의 제도화가 긴요하다고 볼수 있다. 자본주의 경제체제하에서
국가발전의 원동력은 기업 또는 기업가정신이라고 할진대, "돈 벌어서
무엇하나"하는 자조적인 분위기마저 목도할수 있는 상황하에서
기업가정신의 뿌리인 이윤동기가 진작될수 있는 여지는 넓지 않다고 할수
있다. 기업의욕의 촉발을 기대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재산공개 파동등을
거치면서 증폭된 "부의 형성과 바람직한 사유재산권의 보장과 공공적
한계"의 사회적 인식에 대한 새로운 정립이 긴요하다.

그동안 정부주도하에 이루어진 상향적 개혁조치들이 사회전반의 분위기를
쇄신하는데 기여하였다고 할지라도 궁극적으로는 개별 경제주체들의
자발적인 경제활동노력이 관건이라는 점을 감안할때 정부는 개별
경제주체가 자기책임하에 의욕적인 경제활동을 영위할수 있도록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예측 가능한 정책 제시 노력을 경주해야 할것이며 그러한
과정에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차분하게 접근하려는 인내심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