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 5년(1930년)10월 국제도시 경성심장부에 미쓰코시 백화점이 새로이
건물을 만들어 문을 열었다. 대지면적 730평, 건평 435평, 총 연건평
2,300평, 종업원 360명으로 지금도 선만을 통틀어 명실공히 최고의 백화점
이다"
1933년 간행된 일본 백화점총람에 실린 경성 미쓰코시 백화점의 모습이다.

당시 락천지라 불렸던 오늘의 신세계백화점자리에 미쓰코시가 들어서면서
국내백화점의 역사가 열리게 된것이다.

주로 일본인이 경영하는 상가들이 몰려있던 남촌상가에는 미쓰코시와 함께
미나카이(삼중정) 조지야(정자옥) 히라타(평전)가 잇달아 들어섰고
한국인가게들이 들어찬 북촌상가에는 동아와 화신백화점이 개점,치열한
상권다툼을 벌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1937년 중일전쟁과 1941년 태평양전쟁의 발발로 일본정부가
군수물자 생산에 치중하는 바람에 팔래야 팔 물건이 없어 백화점으로서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겨우 명맥만 유지했다.

해방직후인 1945년 9월 미군정하에서 미쓰코시는 동화백화점으로 상호를
변경,50년까지 4명의 관리인을 바꿔가며 영업을 계속했으나 다른
백화점들과 같이 형식적으로 명맥만을 이어갔을 뿐이었다.

6.25가 터지고 서울이 수복된 다음인 1951년7월19일 동화는 미군PX로
전락했다. 1954년11월 관재청은 동화를 미군으로부터 명도받아 다음해
2월에 정식으로 영업을 재개했다. 상품은 외제밀수품 일색이었고 국산품은
해태제과의 과자와 ABC화장품회사의 여자용 물분 물기름이 고작이었다.
운영도 임대방식으로 백화점이라기보다는 시장에 가까웠다.

영업재개 당시 4층에는 훗날 동화를 인수하게되는 동방생명이 입주했다.

58년1월 적산이었던 동화는 강희원씨에게 불하돼 개인소유로 넘어가
영업활동을 벌인다. 그러나 5.16이후 일기 시작했던 재건국민운동의
여파로 백화점에서 외래품을 팔수 없게 되면서 영업이 급격히 위축,1962년
동방생명으로 소유권이 넘어간다. 그러나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삼성상회로부터 출발한 삼성그룹에 흡수(1963년7월)되기에 이른다.
삼성은 동화를 인수한후 직영매장비율을 높여나가면서 4개월뒤인 11월12일
상호를 "신세계"로 변경했다.

새로운 얼굴로 영업에 나선 신세계는 색다른 판촉전략을 구사하며
유통근대화의 선두주자로 떠올랐다.

65년6월에는 유통업계 최초의 오리지널상품인 입체와이셔츠를 체형별로
6백여종이나 내놓는등 상품차별화에 발동을 걸었다. 본격적인
백화점으로서의 모습을 갖추기 위해 직영화율을 높이는데에도 주력했다.
63년에 12%였던 직영화율이 66년에는 50%를 넘어서는등 어느정도
백화점으로서의 모습을 갖췄다.

67년10월에는 4층 특설매장에서 국내 처음으로 바겐세일을 실시했다.
당시까지만해도 바겐세일이란 단어가 낯설었기 때문에 현수막에 "철지난
재고상품을 반값에 판매한다"는 구호와 함께 어떻게 그렇게 싸게 팔수
있는지를 써붙이기도했다. 68년에는 본격적인 판매원교육훈련을
실시,인재육성에 첫걸음을 내디디며 유통사관학교로서의 기초를 쌓았다.

68년7월 손영희이사가 부임하면서 직영화에 박차를 가한 결과 69년3월에는
직영화율을 85% 수준까지 끌어올리며 "최고의 전통직영백화점"이란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새롭게 출범했다. 이를 기념해 6월에는 최초의
전관바겐세일을 실시했다. 이때 여대생 아르바이트제도를 처음으로
도입,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해 7월 은행보다도 11년 앞서 신용카드를
발행,신용사회도래를 일찌감치 선도했다. 70년6월 상공부의 요청으로
서울변두리와 경기도일원에 대형버스 10대를 동원,이동백화점을 운영하기도
했다.

경부고속도로가 전국을 일일생활권으로 묶으면서 신세계는 사업확대에
시동을 건다.

73년6월 대구 한도백화점을 인수,대구지점을 개설하고 이듬해에는 미
뉴욕지점의 문을 열었다. 정부지정 슈퍼체인회사로 선정,신세계스토어란
브랜드로 점포를 늘려갔다. 그러나 이들은 석유파동과 경비증대로
경영압박이 가중,76년까지 모두 문을 닫았다. 연말매출의 50%나 기여했던
상품권발행이 75년 금지된 것도 사업확대에 차질을 가져온 요인이었다.

이후 내실경영체제로 전환,근력강화에 나섰다. 지방백화점과의
기술제휴,일본백화점과의 업무제휴를 통해 백화점운영 전반에 걸친
선진기술습득및 응용전개로 경영수준을 한층 높여갔다.

이를 바탕으로 80년대에는 제2의 도약기를 맞이한다. 84년 영등포점과
동방플라자점을 오픈하고 다음해 본점신관을 개장했다. 85년 기업공개로
국민기업으로서의 위상을 정립하고 88년에는 미아점을 오픈했다.

신세계는 지난 91년11월 삼성그룹으로부터의 분리독립을 계기로 제3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창립 40주년이 되는 2002년까지 백화점 다점포망 구축및 사업다각화로
매출외형 5조8천억원의 유통그룹이자 종합생활문화 제안자로서 소비자들과
함께한다는 구상이다.

<김재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