칙서에 담긴 막부 개혁의 내용은 다음 세 가지였다.

첫째,쇼군은 중신들을 이끌고 교토로 와서 황실과 협의를 하여 나라를
다스리고,서양 세력을 몰아낼 시책을 강구할 것.

둘째,연해(연해)의 오대번(오대번)인 사쓰마,조슈(장주),도사(토좌),
가가(가하),오와시마(우화도)의 다섯 다이묘를 오대로(오대로)로 하여
국사를 의결토록 할 것.

셋째,히도쓰바시요시노부(일교경희)를 쇼군 보좌(보좌)에 임하고,
마쓰다이라요시나가(송평경영)를 대로의 자리에 앉힐 것.
그 세 가지를 다 받아들일 경우 막부는 마치 등뼈가 빠져나간 허수아비와
같은 꼴이 될 것 같았다. 열일곱 살인 쇼군의 머리로도 그것은 도저히
수락할 수 없는 요구조건들이었다.

난감해진 이에모치는 오른쪽 첫 머리에 앉아있는 노중인 와키사카를
곁으로 불렀다. 그리고 그에게 칙서를 건네주며 읽어보라고 했다.

와키사카가 그자리에서 그것을 단숨에 읽어내리자,이에모치는 속삭이는
듯한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소?" "이건 말도 되지가 않습니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지요"
와키사카도 속삭이듯이 대답했다.

"그럼 어떻게 할까요?" "거절을 해야지요. 그러나 당장 이자리에서
물리치지는 마세요. 일단 논의를 해보는 척은 해야 되니까요. 며칠 뒤에
통고를 할테니까,기다렸다가 그때 다시 입성(입성)하라고 말씀하세요"
"알았소"
와키사카는 단하의 자기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모든 시선이 쇼군에게
집중되고 있었고,널다란 실내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에헴 에헴"
이에모치는 목을 가다듬듯 두어번 헛기침을 하고는 입을 열었다.

"칙서를 읽어본 본인은 심히 놀라지 않을 수 없소. 예기치 않은 내용이오.
당장 이자리에서 가타 부타 답변을 할 수가 없구려. 중신들과 충분히
논의를 해본 다음에 확답을 하도록 하겠소. 그러니 물러가서 기다리고
있다가 통고가 있으면 다시 입성하기 바라오"
제법 의젓한 말투였다. 그러나 이제 한창 변성기(변성기)인 듯 목소리가
고르지를 못했다.

히사미쓰는 절로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애써 참았다. 자기 아들 다다요시
생각이 났다. 다다요시는 열아홉 살에 다이묘 자리에 올랐었는데,애가
늦되어서 그때야 지금의 저 쇼군처럼 변성기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