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와 대만이 27일 상호민간대표부설치를 골자로한 비공식관계
수립에 최종합의한 것은 한마디로 말해 양측모두 감정대응보다 현실을
명분보다 실리를 중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8월 한국과 중국의 수교로 인해 단교된지 1년이 돼 가지만 양측
모두 얻은 것보다는 잃은것이 많았다는 현실적판단이 한.대만관계의
조속한 복원으로 나타났다고 할 것이다.

특히 무역통상측면에서는 냉각된 경제교류를 회복시킴으로써 종전과 같이
아시아의 공업중진국으로 균형을 유지해나가자는 합의가 도출됐다고 볼수
있다.

사실 지난해 8월의 단교이후 대만은 매년 30%씩 증량키로 합의했던
한국산자동차의 수입쿼터를 철폐하는 한편 한국선박의 대만~일본노선의
취항을 금지시키는등 보복조치를 취했다.

이와함께 서울~타이베이간 양국항공기 운항이 중단됐고 양측간 과실구상
무역과 한국산사과에 대한 수입쿼터도 취소됐다.

단교이후 지금까지 대만측의 각종 경제제재조치로 우리측이 입은 손실은
7억달러규모(수출 4억달러,운임.관광손실 3억달러)로 정부는 추산하고
있다.

같은 기간동안 대만도 수출과 한국관광객감소등으로 4억5천만달러규모의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양측간의 인적교류는 치명상을 입었다. 단교후인 93년 1.4분기중
방대한국인은 1만8천명으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46%가 감소했고 같은기간
방한대만인은 4만2천명규모로 무려 60%가 줄었다.

한.대만의 연간교역량은 35억달러규모이나 이번의 관계재정립에따라
교역관계는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중 관심을 모으는 것이 대만경제개발계획에 대한 우리 기업의 참여문제.

대만정부가 모두 3천억달러를 투입,지난 91년부터 추진중인 국가건설
6개년계획에 우리 기업들이 본격 참여할 수 있게될 경우 해외부문에서의
엄청난 매출증대및 경쟁력제고가 예상된다.

또 대만이 폐지시켰던 한국산자동차에대한 수입쿼터가 회복되면
연간기준으로 1억1천만달러상당의 수출이 가능할것으로 보인다.

농산물구상무역의 복원도 재배농민에게는 기쁜 소식이 아닐수 없다. 그간
양측은 사과와 바나나를 각각 연간 3천만달러씩 구상무역을 해 왔었는데
정부관계자는 이 물량도 협상에 따라 20%이상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운항수입면에서 연간 1억달러에 달하는 항공기 교환취항은 곧
재개된다하더라도 양측의 관계재정립이 국교복원이 아니라는 점때문에 다소
어려움이 따를것 같다. 다시말해 국적기의 취항은 제약을 받게 되며 양측
항공사간 전세운항계약형식으로 운항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양측간 관계재정립에 있어 쟁점사항이었던 명동대사관건물과 부지등
외교재산은 중국측에 양도하고 국내거주 화교의 재산은 중국과 대만간의
합의에 따르도록 매듭지어 우리 외무부로서는 큰 짐을 하나 벗은 셈이다.

오사카에서 합의한 기본합의서에 따라 양측은 예상보다 빨리 과거
수교상황과 별 차이가 없는 선진우호관계를 다시 갖게 됐다.

비록 "중화민국"이 아닌 "타이베이"로 불리고 청천백일기가 옥내에는
부착되나 옥외에는 게양되지 못하는 제약은 있다하겠으나 외교적으로는
대안이 없는 상황인 것이다.

한.대만관계의 새로운 구축은 우리 외교가 한중수교당시 북경정부에
약속했던 "하나의 중국"정책에 입각하면서도 중국과 대만을 함께 만족시킨
알찬 결실로 평가해도 무방할 듯 싶다.

<양승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