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륙을 알리는 기장의 다급한 안내방송과 함께 비행기는 순식간에 곤두박
질쳤다.
안개낀 시골야산에 폭음소리를 내며 추락한 비행기는 동체가 동강난 채
숲속에 처박혔으며 피로 물든 잔해 사이사이로 사상자가 뒤엉켜 아수라장
을 이뤘다.
<> 사고순간=사고비행기 맨 뒷좌석에 앉아 참사를 피한 김형균(30)씨는
"깜빡 잠이 들었다가 잠결에 `기상악화로 착륙이 불가능하다''는 기장의
기내방송을 듣고 나서 두바퀴 돈 뒤 갑자기 `꽝'' 하며 기체가 추락했다"
며 당시의 악몽에 몸서리쳤다.
생존자들은 "기체가 밑으로 내려가다 돌연 기수를 위로 올리는 순간
산과 충돌했다"며 "충돌 직후 동강난 기체의 흐트러진 좌석을 밀치고
가까스로 빠져나왔다"고 말했다.
추락광경을 목격한 주민 김재모(55.해남군 화원면 마산리 87)씨는 "`
꽝'' 하는 굉음과 함께 비행기가 곧바로 야산에 떨어졌다"고 말했다.
탑승객들은 휴가를 맞아 피서여행을 떠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으며,
생존자들은 주로 비교적 안전한 뒷좌석에 앉아 있다 목숨을 건졌다.
<> 사고현장=추락한 비행기는 산중턱에 걸치듯 널브러져 있었으며 비행
기 잔해 곳곳에서 사상자가 한데 뒤엉켜 아비규환을 이루었다.
동체가 세 동강난 비행기 안에는 주검들이 의자 구석구석에서 온몸에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었고 피로 물든 잔해 사이에서 부상자들이 신음하
며 안타깝게 구조를 기다리는 등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참혹한 모습이었
다.
비행기 안팎에는 승객들의 옷가지.신발.소지품 등이 널려 있었으며
온전한 상태의 사상자를 발견할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한 모습이었다.
사고 비행기는 추락 당시 옆날개가 산쪽에 부딪쳐 미끄러지듯이 추락해
다행히 많은 승객이 생존할 수 있었다.
<> 사고경위=사고비행기는 오후 2시35분 승객 1백4명과 승무원 6명 등
모두 1백10명을 태운 채 김포공항을 출발해 목포공항 상공에 오후 3시15
분께 도착했다.
당시 목포공항 시정거리는 2천6백m에 불과해 항공당국이 규정한 계기접
근 최소시정거리인 2천8백m에 못미쳤으나, 사고비행기는 3차례나 착륙을
시도했다. 사고기는 목포항공 상공에 도착해 두차례에 걸쳐 착륙을 시도
하다 일단 실패한 뒤 다시 한번 착륙을 시도했다.
목포공항의 진입로는 남서쪽에서 화원반도 상공을 거쳐 목포 앞바다를
지나 활주로에 진입하게 돼 있다.
사고기는 목포공항 착륙시도가 실패한 3시30분께 관제탑에 "목포공항
상공 남서쪽 10마일 지점에서 착륙을 위해 접근중"이라고 보고했다. 관
제탑은 이에 따라 재착륙을 승인한 뒤 공항 상공에서 4마일 지점에 도착
하면 다시 보고할 것을 승무원들에게 요구했다.
이 시간 이후 사고기는 관제탑과의 연락이 끊긴 채 사고지점에 추락했
다.
교통부의 한 당국자는 "무리하게 3번째 착륙을 시도하던 비행기가 공
항으로 접근하던 중 느닷없이 나타난 장마구름에 시야를 가려 사고를 당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구조작업=사고가 나자 현지주민 경찰 등 5백여명이 구조작업에 나섰
으나 사고현장이 가파른 산중턱이라 현장에 접근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
었다.
공.해군과 경찰 헬기 9대가 사고현장에 접근해 구조대원이 내려간 뒤
밧줄로 부상자를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구조작업을 벌였으나 바람이 세게
불고 먹구름이 끼는 등 기상조건이 나빠 헬기구조에도 애를 먹었다.
사고현장에는 해남군의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이 구급약품으로 부상
자들을 응급치료했으며, 헬기로 구조된 부상자들은 대기하던 앰뷸런스에
태워져 병원으로 긴급 후송됐다.
<> 병원=사고현장에서 구조된 생존자들은 대부분 옷이 갈기갈기 찢겨진
채 온몸이 피로 얼룩져 있었으며 사고 당시의 충격 때문인 듯 머리와 대
퇴부에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 많았다.
민.관.군 합동구조반은 헬기로 구조된 부상자들을 곧바로 인근 목포,
해남, 무안 등지의 병원으로 후송했으나 의료시설이 잘 갖춰져 있지 못하
고 피가 크게 부족해 치료에 어려움을 겪었다.
조기정(40)씨 등 10명의 생존자들이 후송된 목포 기독병원에서는 이날
오후 6시30분께 신나라(7)양이 처음으로 앰뷸런스에 실려 도착한 것을 비
롯해 10여분 간격으로 부상자들이 밀려와 북새통을 이뤘다.
목포 한국병원에 입원중이던 이민훈(11)군은 간과 내장 파열로 생명이
위독해 광주 전남대병원으로 옮겨졌다.
이날 대부분의 환자들이 출혈이 심한 탓에 피가 모자란다는 사실이 알
려지면서 인근 육군 8332 사자부대 장병 8백50명, 목포시청 직원 1백80여
명이 헌혈하러 몰려오기도 했다.
환자들이 입원중인 병원들에는 가족들이 몰려와 사망자와 생존자 명단
이 밝혀질 때마다 희비가 엇갈렸으며, 생사를 확인하지 못한 가족들은 울
부짖음과 함께 발을 굴러 주변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 사고수습대책=아시아나항공은 사고 직후 김포공항 화물청사 격납고
건물 3층 대회의실에 사고대책본부(본부장 박용태 부사장)를 설치해 사고
원인 조사와 사상자 보상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아시아나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