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23일 38일간의 노사분규를 극적으로 마무리하고 24일부터
정상가동에 들어갔다.

현대자동차 노사는 협상타결과 관련한 성명을 통해 "하루 빨리 조업을
정상화시켜 우리 경제가 활기를 띨수 있도록 더욱 분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대자동차 노사분규는 그동안 수출은 물론 협력업체의 경영에 큰
타격을 가한데다 회사자체의 손실또한 상당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회사측은 23일까지 38일간의 분규로 5만4천2백66대의 자동차생산이 차질을
빚었으며 이중 1만7천8백66대가 수출차 생산차질분이라고 밝혔다. 이를
액수로 환산할 경우 전체 매출손실이 4천57억원이며 수출피해액은
1억3천3백99만달러이다.

협력업체의 피해액도 2천3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같은 생산차질기간(분규기간 38일중 32일)은 지난87년부터 매년 있었던
노사분규중 가장 긴것으로 과거와 달리 부분파업의 형태를 유지했지만
생산피해액은 최대규모였던 지난해의 4천40억보다 많은 것이다.
생산차질대수는 88년의 6만1천5백44대,지난해 5만7천5백70대에 이어
3번째이다.

수출차질의 타격은 다른 어느 부분보다 크다.

현대는 지난달15일부터 노사분규가 타결된 23일까지 총1만7천3백93대의
자동차를 선적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선적된 것은 4천51대에
불과,1만3천3백42대의 선적차질이 발생했다. 특히 1천7백46대를 내보낼
예정이었던 중남미지역에는 49대만 선적했으며 2천2백57대를 계획했던
아시아지역에는 1백91대만 내보냈다. 중동지역에도 당초 1천7백53대를
실어 내보낼 예정이었으나 2백11대 선적에 그쳤다. 자동차운반선이 절반도
자동차를 싣지 못한채 출항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더욱이 북미지역을 제외한 유럽등지에는 7월초부터 신차 쏘나타- 를
수출할 계획이었으나 불가피하게 선적을 연기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유럽지역은 일반적으로 신차의 출고를 가을 시즌에
시작하는 것이 관례여서 앞으로 출고일을 맞추기 위해선 조업정상화를
서둘러야 하는 실정이다.

현대의 이같은 수출부진으로 6월중 우리나라 전체수출증가율은 3.2%에
그쳐 지난2월이후 처음으로 5% 밑으로 떨어졌다. 현대는 이기간중 5월의
아폴로산업 노사분규여파와 자체노사분규로 수출이 1억2천8백만달러에
불과,전체수출 72억8천2백만달러의 1. 7%를 차지하는데 그쳤다.
현대자동차의 수출은 지난1-4월중 매달 2억달러정도로 전체수출의
2.5~2.8%의 비중을 차지했었다.

노사분규기간중 협력업체들이 겪어야 했던 고초도 심각했다.

현대자동차의 협력업체수는 총1천9백44개사로 이에 딸린 근로자수는
28만2천명이다. 이들업체중 부도를 낸 업체는 웨스트라인 몰딩을 생산하던
(주)국일 1개사에 불과하지만 대부분 업체들도 심각한 자금난에 허덕였다.
1차부품업체중 만도기계등 5개사가 재고누증을 이유로 길게는 1주일간
휴업했고 협력업체중 거의 절반이 단체휴가를 실시하는등으로
현대라인가동을 중단해야 했었다. 협력업체 거의 대부분이 50%미만의
가동률로 잔업중단은 물론 근무시간을 교육과 장비점검에 소모했다.

현대의 내수시장점유율도 크게 낮아졌다.

이달들어 지난20일까지 현대의 내수시장점유율(현대 기아 대우 3사비교)은
37.5%로 기아의 41.4%에 크게 밀리고 있다. 승용차시장만을 비교해 볼때는
대우가 현대 노사분규를 틈타 과거 3위의 자리에서 34.0%의 점유율로 1위
자리에 올랐으며 현대는 32.5%의 시장을 차지하는데 그쳐 3위로 밀려났다.

신규계약고또한 이달10일까지는 현대가 전체 계약고의 50.7%를 차지했으나
중순들면서 노사분규의 장기화를 우려한 소비자들이 현대차 계약을
기피하기 시작하면서 11일부터 20일까지의 현대의 계약고는 전체의 40.4%로
낮아졌다.

회사측은 그래도 전면파업은 아니었기 때문에 차량주문 적체현상은
예상보다 심각하지 않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 현재 현대의 계약고는
예상보다 적어 쏘나타- 9천9백대를 비롯,3만1천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회사측은 이러한 수준의 계약적체분은 조업이 정상화될 경우 곧
해결될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대 관계자는 "수출도 아직은 계약자체가 취소됐다거나 현지재고가
바닥을 보이고 있는 곳은 없어 노사가 의기투합한다면 그동안의 손실은
상당부분 만회할 것으로 본다"며 "내수시장역시 점유율 50% 유지는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가 얼마나 빠르게 제페이스를 되찾을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또 지난 87,88년 노사분규직후처럼 생산차량의 품질불량이
문제를 빚을 우려도 없지않다. "타율"이 아닌 "자율"로 노사문제를 해결한
현대자동차가 어떻게 앞날을 헤쳐나갈지는 전적으로 그들의 의지에
달려있는 셈이다.

<김정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