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의 시작을 먼발치에 앞두고 대중문화의 지평이 인조괴물과 악마와
피로 얼룩지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있다. 사람을 뜯어먹는 명석한 두뇌의
살인마를 그린 영화 "양들의 침묵"이 아카데미상을 휩쓸고 유전공학으로
탄생한 하이테크 공룡이 초밥을 먹듯 사람을 삼키는 "쥬라기 공원"이
세계도처에서 영화사상 "ET"이래 최대의 흥행기록을 올리고 있다.

"공포의 카니벌"을 연상케하는 스티픈 킹의 소설이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빠지는 일이 없고 피와 죽음을 부르는 헤비 메탈 록 리듬이 세계의 젊음을
사로잡는다. "터미네이터"에 이어 흡혈귀 "드라큐라""엘롬가의
악몽"시리즈,그리고 흡혈귀 가문의 "애담스 패밀리"등 할리우드 스튜디오는
공포와 피비린내가 물씬거린다. 최근 "공포의 문화사-괴물쇼"를 출간한
데이비드 스칼은 괴기공포물의 이같은 리바이벌은 시대적 사회적상황의 한
반영으로 진단한다. 경제적곤궁,도처에 도사린 위협,그리고 격변하는
세계등에서 오는 억눌린 공포와 불안감을 발산하는 "카타르시스적 출구"로
"공포의 인터테인먼트"를 즐겨 찾게 된다는 분석이다.

금세기들어 공포물의 첫 절정기는 1929년 경제대공황 직후였다고 한다.
괴기영화 "드라큐라"(1931년)"프랑켄슈타인"(1931)"지킬박사와 하이트"
(1932)"프릭스"(1932)가 모두 이 시기에 나왔다.

2차대전직후에는 "비인간화"의 동물인간을 주제로 한 "늑대인간""고양이
인간""정신이 실종된 섬"등이 붐을 이루었고 냉전의 50년대에는 핵폭탄과
공산주의라는 "2대공포"속에 "고질라""화성의 침입자"등 괴물과 외부의
거대한 힘에 짓밟히는 인간의 고통과 비명이 도처에서 메아리쳤다.

60년대와 70년대 섹스혁명은 "로즈마리 베이비""한 배의 새끼들"같은 괴물
베이비들을 탄생시켰고 80년대 죽음의 에이즈에 대한 공포와 불안은
"드라큐라"류의 소설및 영화의 리바이벌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공포의 전율"이란 저서로 공포의 형이상학적 뿌리를 추적한 월터
켄드릭같은 학자는 공포오락물에 대한 현대인의 집착은 결국 종교의 쇠퇴와
래세에 대한 믿음상실에서 오는 불안때문으로 진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