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 예금계좌조사가 실시될 것으로 예상돼 금융기관과 일반
예금자들이 조사에 따른 파문을 크게 우려하고있다. 조사과정에 막대한
인력과 시간이 소요된다는 기술적 문제는 물론이려니와 선의의
예금자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하고 증시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줄것으로
지적되고있다.

22일 재무부 총무처및 금융계에 따르면 윤리위원회는 지난달 11일 고쳐진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재산공개대상자인 공직자 6천9백75명과 그가족을
포함,2만7천여명에 대한 재산이 제대로 신고됐는지를 확인하기위해 이들의
예금계좌조사를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총무처는 이날 "공직자및 가족의
예금계좌에 대한 조사방침을 결정하거나 지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윤리위원회는 공직자윤리법 8조(등록사항의 심사)4항에 따라
재산실사를 위해 각금융기관장에게 관련자료를 요청할수있으며 이법은 모든
법보다 우선하도록 되어있어 계좌조사가 단행될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

이와관련,재무부는 지난 21일 감사관실을 통해 은행연합회에
계좌조사방법을 타진,조사준비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사는 재산공개대상공직자와 그가족 2만7천여명이 될지,아니면
등록대상자 전원과 그가족이 될지는 불투명하지만 등록 대상자 전원을
조사하기에는 행정력이 미치지 못할것으로 전망된다.

등록재산에 1천만원이상의 예금은 물론 1천만원이상의 주식 채권도
포함되어있어 조사가 진행되면 해당 금융기관은 은행 단자사 증권사
보험사및 신용금고등 전금융기관이 될 것이고 은행감독원은 물론 각
감독기관이 동원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감독원은 아직 공식적인 조사요청을 받지 않았으나 21일의
주간업무보고회의에서 재산공개관련 계좌조사가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또
은감원이 간여해야할지 말아야할지를 점치면서 조사에 따른 파장을
나름대로 논의했다.

이번에 실시될 고위공직자의 예금계좌조사는 공개된 재산의 사실여부만을
확인(법8조3항)하는 절차이나 첫 조사여서 잔액은 물론 거래내용
대출현황등을 파악하게 되고 공개내용과 다를 경우 조성경위도 파고드는
"추적"조사가 될 것으로 보여 방대한 인력과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금융기관들이 적지않은 혼란을 겪게 되리라며 걱정하고 있는 것도
이때문이다.

이같은 물리적인 문제보다 더 큰게 계좌조사로 인해 일반 예금자들이
느끼게 될 불안이다. 자신들이 직접 조사대상은 아니더라도 예금거래의
비밀보호를 보장한 실명거래에 관한 법률(제5조)취지가 퇴색되는 것으로
받아들여져 심리적 불안감이 조성되고 그로인해 신용질서에도 영향이
미치리라는 점이다.

새정부들어서 사정활동과 관련,무차별적인 계좌조사가 있었던 터라
예금자들이 이번 조사를 받아들이는 분위기는 정말 예사롭지 않다.
은감원관계자는 사정활동초기에 감사원등에서 수백명의 계좌조사를 의뢰한
점을 상기시키면서 당시 예금의 비밀보호가 무시되는 것은 예방해야한다는
지적들이 많았었다고 말했다. 이번조사가 공직자윤리법에 따른 정당한
절차라고 하나 조그마한 자극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금융시장의 생리를
감안,예금자보호의 대원칙은 철저히 지켜지는 선에서 이뤄져야한다는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아이로니컬하게도 계좌조사를 하더라도 실명제가 안된 상태인 만큼
가명이나 남의 이름을 빌린 차명계좌에 숨겨둔 예금은 찾아낼 길이 없어
실효를 거두지도 못하면서 예기치않은 혼란만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있다. 이에따라 조사에 들어가더라도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을
세워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있다.

<고광철.서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