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년 겨울에 우리는 모임 하나를 만들었다. "음악학연구회"라는
모임이었다. 음악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긴 했지만 음악을 직접 하지않는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것이었다. 음악을 학문의 대상으로 삼고 그것을
연구하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의 모임이었다.

음악은 "이해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설명의 대상"이기도 하다.
"이해"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은 말할 나위가 없지만 "설명"을 한다는 것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음악을 "그냥 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음악을 말로서 "설명하는 것"역시 쉬운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음악을
"연구하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은 음악을 말로 "설명하는 일"을
즐겨한다.

이러한 일을 즐겨하는 음악학연구회회원들은 부산 대구 대전,그리고
서울에 살고 있는 음악학자들이었다. 부산의 조선우교수 대구의 송방송
박미경 박종문교수 대전의 노동은교수 서울의 성경희 김춘미 홍정수 이석원
허영한 노영해 박사님들,한국예술종합학교의 이건용 이강숙 그리고 젊은
여류평론가 조영주 이렇게 14명이 회원이다.

우리는 86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매달 정기적으로 모이고있다. 주로
서울에서 모였지만 때로는 부산 대구 대전에서 모이기도 했다. 우리는
그동안 한달도 거르지않고 "월례연구발표회"를 가졌다. 여름과 겨울에는
비공개 세미나도 가졌다. 회원은 전부가 대학 교수급들이어서 모일때마다
서로 배우는 것이 많았다. 우리들은 서로의 생각들을 자극했다.
인간적으로도 친한사이가 되었다. 음악춘추사의 도움으로 회원 모두가
비행기를 타고 필리핀으로 가서 여름방학세미나를 가진적도 있었다. 처음
몇년은 대우문화재단으로 부터 재정지원을 받았다. 그러나 규정상 더
이상의 지원을 할수 없다고해서 지금은 회비로 운영되고 있다. 민음사의
배려로 그동안 세권의 연구논문집이 발간되기도 했다. "음.악.학. "이
바로 그것이다. 지금은 "음.악.학 "를 준비중에 있다.

며칠전 7여년만에 처음으로 공개 세미나를 가졌다. 경기도 용인군
숙명여자대학교 연수원에서 였다. 음악학에 관심이 있는 교수및 학생
1백여명이 서울 경기 영남 호남 강원지역으로 부터 모여들었다. 2박3일
계속된 학술대회의 일정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오랜 세월동안 한달도
거르지않고 동호동락하고 있는 음악학연구회의 회원들은 마냥 행복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