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경제는 동전의 앞뒷면처럼 분리할수 없는 관계이다.

총선이후 일본에서는 경제에 대한 우려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경제1류 정치3류"라는 경제대국 일본도 정치불안하에서는 어쩔수 없는
모양이다.

일본경제신문이 선거직전에 실시한 설문조사결과를 보면 80%이상의
경영자들이 정권교체가 필요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선거직후에는
73.5%의 경영자들이 자민당중심의 보수연립정권을 바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불안정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신정권에
바라는 가장 중요한 과제로는 "경기대책"으로 88.2%에 달해 "정치개혁"
82.4%를 웃돌았다. 그만큼 경기회복문제를 중요시하고 있는 것이다.

13조2천억엔의 경기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내수경기는 뚜렷한
회복조짐이 없다. 개인소비는 여전히 위축일로에 있다. 총무청조사에
따르면 지난 5월말현재 가계의 평균소비지출은 전년동월 대비 1.8%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경제기획청이 조사한 경기동향지수도 4월에 이어
5월에도 50을 밑돌고 있다. 아직까지는 경기가 회복기조로 돌아서지
않았다는 얘기이다.

일본의 각 중앙부처와 경제계는 이런 경기위축 상황아래서 빚어진
정치불안정은 경제에 주름살을 주는 요인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새정권이
들어서도 각료들이 업무를 파악하고 정책방향을 설정하기까지는 상당기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는 증권 외환시장에서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동경주식시장에서는 경기전망이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강해 주가는 속락세를
보이고 있다. 일경평균주가는 2만엔대가 깨지기도 했다. 또
외환시장에서는 정국불안 요인으로 엔화가 급등락하는 불안정한 장세가
거듭되고 있다. 총선직후인 19일 엔화는 자민당정권유지가 불투명하고
이로인해 금리인하 기대감이 약해지면서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20일에는
정국불안이 경제불안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으로 엔화는 약세로
돌아섰다.

물론 정치변화가 경제에 나쁜 영향만을 주는 것은 아니다. 장기적으로는
정경유착 구조의 단절 흑자축소 내외가격차의 축소등 긍정적인 요소도
없지않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정치적 불안정이 경제불안정화를 야기,경제에 찬물을
끼얹는 마이너스측면이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들은 진단한다.
이코노미스트들은 경제정책의 계속성이 없어질 뿐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경제정책의 공백상태가 생길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특히
야당연립정권이 들어서는 경우 이런 가변성은 더 클것이라는 견해가
강하다.

일본산업계는 정부공사등 공공사업의 발주와 예산집행이 늦어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개인소비와 기업의 설비투자가 저조한 지금 일본의
내수시장은 공공사업에 의해 지탱되는 상황인 까닭이 다. 엔고현상으로
많은 일본기업들이 고전하는 마당에 내수시장마저 타격을 받게 됐으니
문제는 더 복잡해질수밖에 없다.

소비위축등에 따른 내수경기위축은 수입부문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수입이 줄어드는 만큼 일본의 무역흑자는 불어난다. 엔고에 따른
J커브효과로 수출량은 늘지않지만 수출금액은 더욱 커진다. 이는 한국
미국 대만 EC국가등 대일무역적자국들과의 무역마찰을 더욱 심화시킬
우려가있다.

특히 미국은 현재 미일간 포괄경제협의를 통해 일본의 경상흑자폭을 GDP의
2%수준으로 축소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 미국은 앞으로 6개월단위로
일본의 실적을 점검하겠다는 "결과중시"태도를 분명히 하고있다. 그만큼
내수위축 수입둔화 무역흑자확대구조는 미일마찰의 불씨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경제정책면에서도 정치불안으로 인해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
내년도 예산의 편성작업이 늦어지고 그동안 자민당에서 검토되던
소비자극을 위한 소득세감면이나 공정할인율인하문제등도 원점에서부터
다시 검토돼야 할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정치공백으로 인한 이러한 우려들은 국내경기회복지연과 외국과의
통상마찰심화등으로 나타날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 때문에 어떤형태가
되든 새로 들어서는 정권은 이러한 부작용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노력할수
밖에 없다.

경기활성화를 위한 소비촉진책의 마련이나 유통구조개선을 통한
수입활성화조치등도 상당한 진전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그동안 일본의 경제가 국부를 쌓는데 주력했을뿐 국민들의
생활수준은 열등국이었다는 점에서 이같은 정책변화를 예견해볼수 있다.

말하자면 국부의 축적을 통한 경제대국보다는 국민생활의 질적향상이라는
"생활대국"을 지향하는 정책기조가 나타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동경=김형철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