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바야흐로 유통혁명시대에 들어섰다고 세계적인 경영석학 피터
드러커박사가 진단했다.

드러커박사는 최근 월스트리트 저널에 기고한 "유통혁명"이란 글을 통해
제조업이나 금융업보다 유통업이 먼저 새로운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고
분석하고 새로운 유통시대에는 백화점이나 쇼핑센터 슈퍼마켓보다 개성있는
신소매상들이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현재 서서히 부상하고 있는 신소매상들은 고객에 대한 서비스의
개념을 기존 유통업자들과는 달리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앞으로는 "상점없는
쇼핑"시대가 첨단과학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유럽의 경제통합이 제조업이나 금융업에서는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으나 유통업에서는 급속한 통합작업이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유통업의 국제화가 유통혁명시대의 한 부분을 이루고 있다고 진단했다.
드러커박사의 기고문을 요약한다.

지난 5,6월 유럽을 방문했을때 느낀점은 유통업에 있어서의 경제통합이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같은 유통업의 국제화가 비단 유럽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일본소매업자들이 중국에서 사업을 확대하고 있고 이케아나 베네통같은
유럽상점도 미국에 급속히 침투하고 있다. 이러한 유통업의 국제화는
유통혁명시대를 가져오고 있고, 유통혁명시대에는 기존의 사고방식과 다른
사고를 가진 신소매상(New Retailer)들이 주류를 이루게 될 것이다.

신소매상들은 우선 쇼핑센터를 피한다. 이들은 독립상점이나 소규모
상가지역을 선호한다. 쇼핑센터는 개별상점의 개성을 파괴하고
몰개성화시킨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또 이들은 제조업에서 사용하는 "리엔지니어링"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다. 영업을 재디자인하고 스스로 사업개념을 새롭게
정의내리고자한다. 월 마트가 "소매"라는 개념을 단지 "판다"는 차원에서
"물건을 이동시킨다"라는 개념으로 바꾼것이 좋은 예이다. 또
가구제조업체인 이케아가 완제품가구의 원가중 절반이 조립비용이라는 점에
착안,조립식 가구를 개발해 싼값에 팔고있는것도 신소매상들의 사고방식을
반영한 것이다.

모든 소매상들이 성공의 열쇠로 서비스를 강조하고 있지만 신소매상들이
얘기하는 서비스의 개념은 과거와 다르다.

이들은 개별고객에게 세일즈맨이 붙는 것을 서비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고객이 물건을 고르는데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누구에게 물어보거나
기다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서비스라고 생각한다. 사전에 고객에게 충분한
정보를 주기 때문에 세일즈맨이 필요없다.

이들은 또 고객이 물건을 사고 가능한 빨리 상점을 나갈수 있게하는 것이
서비스라고 생각한다. 한 유럽상점은 계산대가 없는 상점을 구상하고
있다. 진열대위에 크레디트 카드구멍을 설치,고객이 직접 계산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새로운 유통시대에는 쇼핑에 대한 개념도 달라진다. 고객이 원하는 것은
"즐거운쇼핑"이 아니라 "고통없는 쇼핑"인 것이다. 한때 가정주부들에게
"단조로운 생활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것이 쇼핑"이란 과거의 사고를
신소매상들은 거부한다.

신소매상들의 전형적인 고객은 단순한 주부가 아니라 돈을 버는
여성들이다. 그녀들은 선택해야될 것도 많고 결정해야될 것도 많다.
새로운 유통시대에는 집에 그냥 있는 여성들이라도 전화와 텔레비전을 통해
외부세계와 끊임없이 접촉하고 있다. 이들에게 있어 쇼핑은 더이상
즐거움이 아니고 지겨운 일이다.

20세기초에 성공했던 백화점은 이제 몰락하고 있다. 쇼핑센터나
슈퍼마켓도 정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신소매상들은 확산되고 있다.

유통업자들은 "상점없는 쇼핑"을 거론하고 있다. 집에 앉아서
시뮬레이션화면을 통해 물건을 고르고 옷등을 입어볼수도 있다. 물론
주문을 직접 할수도 있다.

이같은 첨단기술을 이용한 유통은 물건을 싸게 공급,경쟁력을 갖게된다.
이러한 쇼핑이 공상과학소설에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유통업의 변화는 현재 광고 제조 경제구조전반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워싱턴=최완수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