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적인 가죽의류수출국. 이탈리아나 스페인등
가죽분야선진국이 연간 3억~4억달러 수출하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10억달러대를 실어내고 있다. 미국인들이 즐겨입는 가죽의류의 절반이상이
한국에서 만든것이고 일본시장에서도 수입가죽의류의 60%가량이
한국산이다.

수출이 피크에 달했던 지난 89년엔 18억3천3백만달러에 이르렀다. 그러던
것이 해마다 10%안팎으로 줄어 지난해엔 13억1천4백만달러로 감소했다.

하지만 올해는 수출감소가 종전과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5월말까지 3억3천만달러에 그쳐 전년동기의 5억4천6백만달러보다 40%나
감소했다. 겨우 반타작을 웃돈 셈이다. 이같은 오더감소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으며 좀처럼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가죽의류는 겨울용품이라 여름이 오더성수기이다. 따라서 예년같으면
요즘이 가장 바쁠때이다. 하루에 2~3시간씩 잔업을해도 납기 맞추기가
힘들어 부지런히 하청공장을 잡으러 다녀야할때다. 그러나 올해는 이같은
바쁜모습이 사라졌다.

영창실업의 수출관계자는 "불과 2~3년전만해도 작업량이 많아 밤을 새우기
일쑤였으나 지금은 잔업하는일이 없다"고 말한다. 가죽의류전문업체인 이
회사는 80년대말 5백명에 이르던 가죽의류분야 인력을 30명으로 대폭
줄였으나 오더가 없어서 문제일뿐 납기를 못맞춰 고생하는 일은 없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무역센터 10층에있는 피혁제품수출조합의
수출추천창구는 요즘 한산하다. 수출이 활기를 띨때는 여름철 오후만 되면
남대문시장처럼 북적거렸다. 추천을 먼저 받으려고 수십명씩 소란을
피우던 무습을 볼수없게 된것이다.

추천담당직원이 5명에서 3명으로 줄었지만 일손이 달리는 일이없다.
조합측은 "90년까지 하루평균 50~60건에 이르던 추천신청이 요즘은
10건정도"라고 설명한다.

업체들이 곤혹스러워 하는것은 단지 수출이 줄어서만이 아니다.
수출해봐야 남는게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연간 3천만달러이상의 가죽의류를 수출하는 삼애실업의 정덕사장은
"작년에 벌당 80달러에 내보냈으나 지금은 65달러를 받기도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인건비상승등을 감안하면 해마다 5~10%씩 수출단가를 올려야 하나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다. 단가를 내리지 않으면 바이어들은 미련없이 수입선을
바꿔 울며 겨자먹기로 가격을 내리고 있는 형편이다.

가죽의류업체들의 수출감소는 후발개도국의 추격에 따른 상대적인
가격경쟁력약화가 주요인이다.

특히 중국은 맹렬한 기세로 한국을 추격하고 있다. 80년대말까지만해도
1억달러를 밑돌던 중국의 가죽의류수출이 해마다 50~1백%씩 신장,지난해엔
약4억달러에 달했다. 올해는 약7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홍콩 대만 한국업체들이 잇달아 중국에 진출하고 있고 단순봉제업인
가죽의류산업이 급부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앞으로 1~2년안에 세계최대 수출국자리를 중국에 내줘야할
형편이다.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터기 멕시코등의 후발개도국들도 부지런히 우리를
뒤쫓고 있다.

G 윌슨등 미국의 대형바이어들은 대한구매를 크게 줄이고 있으며 중국
인도네시아등지에서의 구매를 늘리고 있다. 몇몇 바이어들은 이미
한국과의 거래를 중단하고 중국으로 거래선을 옮겼다. 중국은 한국산과
비슷한 품질의 제품을 20~30%가량 싸게 수출하고 있다.

국내 가죽의류업체들은 이탈리아업체들처럼 디자인이나 고유브랜드로
고급시장을 개척해온게 아니라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방식으로
대량수출에 의존,후발개도국추격에 속수무책인 실정이다. 특히
종합상사들이 저가수출에 앞장서 전문업체의 입지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에따라 최근 1~2년새 우생 신한인터내셔날등 중견 업체들이 부도를 냈고
올들어서도 연쇄부도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활로를 찾기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소량다품종체제로의 전환,고유브랜드개발,소재
고급화등 업체의 노력과 이를 뒷받침할수 있는 금융.세제지원및
해외홍보대책이 마련될수 있도록 정부와 업계가 머리를 맞대야할 시점이다.

<김낙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