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정유가 지난 16일 임금협정을 체결,럭키금성그룹은 금융업종을 제외한
모든 제조업체의 금년도 단체협상을 일찌감치 마무리지었다.

임금인상폭도 평균 3%란 비교적 낮은 수준에서 타결됐으며 과장급 이상은
동결됐다. 그대신 경영진은 근로자들에 대해 복지후생을 강화해주기로
약속했다.

주력업체인 금성사의 경우 그룹계열사중 처음으로 지난 5월 노사간 임금
협상을 끝낸데이어 6월에는 노조가 자진해서 연휴를 활용,판매가 부진한
에어컨 판촉에 나섰다.

침체된 국내 경제를 되살리고 21세기 초우량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정부의"고통분담론"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의지가 경영진과 근로자간에
확산되고있음을 잘 반영해주고있다.

럭키금성그룹의 이같은 분위기는 올들어 갑자기 형성된것은 아니다. 지난
88년 "인간존중의 경영""고객을 위한 가치창조"등을 축으로하는 "21세기
경영구상"이 제시된이후 국가경제와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국민기업이
되기위한 내부개혁을 꾸준히 추진해왔던 결과였다.

따라서 새정부 출범이후 발표된 "개혁"을 골격으로한 신경제정책에
스스럼없이 호응하고 나선것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이다. 경제회생
부정부패척결이란 정부의 개혁방향이 그룹의 내부 혁신운동과 그맥을
같이한다는게 그룹측의 시각이다.

지난 4월 정부의 신경제계획이 윤곽을 드러내자 즉시 계열사에서 생산되는
공산품 가격을 1년간 동결할것을 결의한후 이를 실천해 나가는것도 이
때문이다. 또 중소업체에 대한 납품대금 지급기일인 60일을 준수하고
하도급 관련 부조리 척결운동도 펼치고있다. 협력중소업체에 기술및
자금을 지원하고 업종이양을 과감히 확대,중소기업을 육성하는데도
앞장서고있다.

럭키금성그룹은 최고경영자가 직접 현장을 찾아 나서는등 이같은
혁신운동이 일과성에 그치지않고 기업문화로 정착되도록 하기위한
사후점검에도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있다. 구자경회장은 지난달 열린
계열사 합동 이사회에서 "사회 정도를 걷지않는 기업은 국민적 기업으로
성장할수 없다"며 공정한 기업문화의 정착을 강조했다. 이달초에는
구매담당 임원들을 소집,혈연 지연등에 구애받지 말고 공정한 구매풍토가
정착되도록 노력하라고 또다시 요청했으며 계열사 물류센터 영업본부등을
방문,현장 점검도 하고있다.

금성통신은 백중영사장실에 중소기업들이 납품과 관련한 불만사항을 직접
건의할수 있는 일종의 핫라인시스템인 "사장전용 팩시밀리"를 개설했다.
(주)럭키는 지난해부터 중소협력업체에 대한 사업이양을 확대, 올해는 압출
PVC시트,PMMA(폴리 메틸 메타 아크릴레이트)시트 사업등을 넘겨주는 작업도
추진중이다.

금성사는 "협력회사 육성지원방안"을 마련하고 전산시스템 구축을
지원하는 한편 협력업체에 대해 신용기금 연계보증등을 대폭 확대해
나가고있다. 협력업체에대한 자금지원 규모도 지난해 2백20억원에서
올해는 4백90억원으로 늘렸다.

새정부가 내세운 고통분담,하도급관련 부조리척결등을 마지못해
하는시늉만 내는데 그치지 않고 각계열사들이 자율적으로 구체적인 방안을
찾아 실천해나가고있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는 1주일전 발표된 그룹의 경영혁신 추진방안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이 그룹은 "소유분산및 경제력집중 완화""업종전문화"
"전문경영체제의 정착" "중소기업과의 협력관계유지" "의식개혁"등
5대원칙을 내세웠다.
대주주의 개인지분율을 5%이내로 유지,실질적으로 계열사별
자율경영체제를 확립하겠다는 굳은 의지도 담고있다.
이를위해 호남정유 금성산전 금성일렉트론 금성정보통신등 우량계열
4개사를 빠른 시일내 공개한다는 구체적인 실천 방안까지 제시했다.

화학 전기전자와 이를 뒷받침해줄 금융 정보를 중심으로 업종을
전문화하기위해 8개사를 처분하거나 계열분리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처분 대상업체중 금성통신공사는 도급실적이 우수하고 럭키에폭시
럭키얼라이드시그널은 나름대로 첨단기술을 갖고있으나 "현재의 수익성
보다는 장래"를 선택했다는게 그룹측 설명이다.
금성기전 금성계전 국제전선등 5개사는 유사한 기업문화군(CU)에 합병시켜
계열기업수를 54개에서 41개로 줄이기로했다.

럭키금성그룹은 경제 활성화를 위해 올해 설비 투자계획도 조기
집행하기로 했다.

<김영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