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가 문봉선씨(33)는 91년초부터 산을 그리기 시작했다. 문씨가
3년째 집중적으로 그려온 것은 다름아닌 북한산. 시간만 나면 화첩을 들고
북한산을 오르내렸다.

그리고 이같은 작업의 결실을 모아 오는 9월 서울종로구관훈동
학고재(739-4937)에서 북한산그림전을 갖는다.

"처음엔 그림이 잘안돼 산에 올랐는데 혼자 산속을 걷는 동안 그리지
않으면 안되겠다 싶었습니다. 보이는 것마다 그 자체가 그림이었으니까요.
막상 시작하고 보니 뜻같지 않았습니다. 산그림에서 가장 중요한 산의
맥을 파악하는 데만 꼬박 2년이 걸렸으니까요"

문씨가 북한산그림전을 통해 선보일 작품은 "삼각산 망흥장" "인수봉"
"백악산"등 부분을 다룬 것과 "북한산전도"등 45점. 채색을 곁들인 것도
있지만 거의 전부가 수묵으로만 이뤄졌다.

3년간 북한산일대를 샅샅이 답사한 끝에 봉우리와 계곡의 수는 물론
바위의 수까지 셀 정도가 됐다고. 한쪽 봉우리의 모습을 제대로 보기 위해
다른쪽봉우리 정상에 오르기를 서너차례 한 끝에 "북한산전도"를 그리게
됐다는 설명이다.

"금강전도를 그리기 위해 금강산을 4번이나 답사했다는 겸재의 심정을
알것같았습니다. "금강전도"와 "인왕제색도"의 임모를 통해 옛대가의
숨결과 정신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북한산전도"를 그려놓고 보니
태극모양이어서 다시 한번 놀랐습니다"

바람에 종이가 자꾸 날리고 말리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이른 새벽 산에 오른
뒤 하루중 바람이 가장 잔잔한 동틀무렵을 기다려 그리곤 했다는 문씨는
북한산의 경우 바위와 흙,음과 양이 적절히 조화돼 그릴수록 매력적이라고
덧붙인다.

문씨는 제주에서 태어나 홍익대동양화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87년
한햇동안 동아미술상 중앙미술대전대상 대한민국미술대전대상등 3개의
큰상을 독차지,차세대 한국화가로서의 화려한 첫발을 내디딘 뒤 자전거
도심 달리는 군마 사군자등 다양한 제재의 수묵작품을 발표함으로써 화단
안팎의 주목을 받아왔다.

데뷔초부터 "신진이 지녀야 할 독특하고도 대담한 면모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붓과 먹이 지닌 부드러움과 힘참을 조형화의 단계로 끌어올리고
있다"는 (오광수)평을 받아온 문씨는 또 소암 현중화씨에게 글씨,근원
김양동씨에게 서각을 배우는등 한국화가로서 갖춰야 할 소양을 두루 지니기
위해 노력,주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박성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