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학계도 시장개방이라는 파고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최근 투자개방업종을 대폭 늘리기로하면서 지난1일부터 "상업적
인문및 사회과학연구개발업"에 대한 투자를 자유화했다.

이에따라 상업적으로 용역을 받아 연구,개발사업을 하거나 컨설팅작업등을
하는 외국의 연구소나 기관들이 국내에 들어와 공식적으로 활동할수 있게돼
국내학계및 관련기관에 큰 타격을 줄것이 우려되고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분야는 정치및 경제 경영 정책학등 사회과학부문의
용역연구및 기업관련 연구.

외국 싱크 탱크(Think tank)에 소속돼 있는 정치와 경제전공학자들이 국내
정부및 기업들에 마케팅조사나 사업개발 정책개발등을 수행할 경우 학문의
종속은 물론 문화의 독자성을 침해받을 우려가 크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후버연구소 브루킹스연구소 헤리티지재단
허드슨연구소등 1천2백개나 되는 사설연구소와 수천개의 대학연구소들이
미국내의 정책입안과 컨설팅업무에 참여하고 있다. 70년대에 들어와
활발한 활동을 보이기 시작한 이들 연구소들은 선거전략연구
비즈니스컨설턴트 정치자문역 스피치라이터 법률입안 정책분석및
조사작업등 새로운 지식체계를 필요로하는 모든 분야에 뛰어들고 있다.
수천권의 보고서와 책들이 이들 연구소를 통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들은 외국시장에도 진출,자유화가 진전되고있는 동구에 경제학자들이
금융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개발하거나 국가기업을 민영화하는 작업등에
간여하고 있다. 정치학자나 헌법학자들은 선거법이나 정당체계 법체계들을
확립하는데 적극 참여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의 석학 제임스 스미스씨(전브라운대교수.역사학)는 그의 저서
"아이디어 브로커"(1992 프리 프레스간)를 통해 "대학에서의 학술성과를
실질적인 정책이나 경영에 연계시켜주는 싱크 탱크집단의 역할이
전세계적으로 갈수록 커지고 있다"면서 "앞으로의 세계는 이 엘리트들의
과학적인 경영과 합리적인 계획들이 큰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것"이라고
예고하고 있다.

이같은 실정에 비추어 국내에서도 사설정책연구소들의 설립이 활발해지고
있기는 하나 체계적인 연구보고서를 내거나 자문활동을 벌이는 경우는 극히
드문 실정.

기업들의 컨설팅업무와 정책개발및 선거전략등에 외국의 뛰어난 기법들과
연구개발능력등이 국내에 들어오게 될 경우 효율성면에서는 효과를 볼수
있으나 학문의 종속화가 더욱 심화될 우려가 있다는것이 관계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그동안 몇몇 대기업들이 자사의 기업문화개발을 일본 연구소에
의뢰한 적도 있었으며 외국컨설팅회사의 자문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인문학의 경우 현재 국내에서는 대우재단 학술진흥재단으로 대표되는 몇몇
재단에서 비영리로 교수들에게 연구비를 지원,연구활동을 하고 있으나
그나마도 지원액이 태부족이어서 한국학등의 연구발전이 미흡한 실정.
그러나 외국의 자본이 들어오면 이를 체계적으로 연구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이들도 있다.

실지로 중국학의 경우 중국의 대학들이나 연구소들보다 미국하버드대의
옌칭연구소가 체계적인 학술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세계각국의
중국연구자들에게 이 자료들을 이용하게 하고 있다.

물론 장기적인 시각에서 한국학의 발전을 꾀한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없지않다. 한 관계자는 "모든 분야에서 개방은 피할수 없는 현실"이라고
전제한뒤 "상업적 인문사회과학 연구개발업 개방의 현실에 대해 정부와
학계가 정확히 인식해야 하며 아울러 이같은 기초학문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오춘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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